덥고 습한 계절이 시작되었다. 아직 에어컨을 틀고 싶지는 않아서 현관문을 활짝 열고 망사문을 닫았다. 복도식 아파트라 열린 현관문으로 바람이 들어와 금세 시원해졌다. 자세히 보니 망사문 아래가 5cm쯤 찢어져 있었다. 임시로 테이프를 붙여야 하나? 망사문 전체를 갈기는 아까운데 어쩌지? 얼른 고쳐야겠다고 돌아섰는데, 몇 분 뒤 느낌이 셌다. “별아, 별이 어디 있어?” 고양이가 없어졌다.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찢어진 망사문틈으로 나간 것일까. 나보다 남편이 더 빨리 움직였다. 남편이 나가 보니 고양이가 엘리베이터 앞에 앉아 울고 있더란다. 조금만 늦었어도 생이별을 할 뻔했다. 삼시 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고 늘어지게 자고 또 자는 묘생에 만족하는 줄 알았는데, 탈주를 감행하다니. 그는 흰 털 뭉치 안에 길들지 않는 야성을 숨기고 있었다. “집 나가면 개고생인데 어딜 나가!” 속상한 마음에 고양이를 야단쳤다. 사실 야단맞을 사람은 고양이가 아니라 나인데도, 내 부주의 때문에 고양이랑 영영 이별할 뻔했는데도 말은 그렇게 나갔다. 8년 전에 하수구에서 구조되어 우리 집으로 온 생명체를 끝까지 잘 돌보고 지킬 수 있기를.
정혜덕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