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탄광 제로 시대

입력 2025-07-17 00:40

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도계읍은 탄광으로 유명했다. 우리나라 석탄 산업의 중심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성기는 1960~80년대였다. 대표적 탄광으로는 도계광업소, 경동상덕광업소, 국일탄광, 삼마광업소 등이 있었다. 간판도 없이 탄을 캐던 일명 ‘쫄딱 구덩이’까지 합하면 40여개의 탄광이 존재했다. 1988년에는 탄광 종사자가 6700여명에 달했고, 연간 생산량은 259만t에 이르렀다. 그중 도계광업소는 1936년 문을 연 후 지난달 30일 폐광될 때까지 총 4324만7000t의 탄을 생산했다. 1980년대 도계읍의 인구는 5만명에 달했고, 그중 광부는 3000여명이었다. 지나가는 강아지도 1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로 지역은 그야말로 호황이었다.

하지만 석유, 가스 등이 보급된 1980년대 후반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서울시가 86아시안게임, 88서울올림픽을 앞둔 1985년 신규 주택에서의 연탄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한몫했다. 석탄 수요 감소로 문을 닫는 탄광은 속출했다. 탄광 수는 1988년 347개에서 1992년 115개로, 4년 사이 3분의 1 토막이 났다. 그만큼 석탄 생산도 급감해 1차 에너지 중 무연탄의 점유율이 1980년대 20% 초반대에서 1995년 이후에는 1∼2%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대한석탄공사는 2023년 운영 중인 탄광을 단계적으로 조기 폐광하기로 하고 일정에 따라 그해 화순광업소, 지난해 장성광업소를 폐광했다. 이어 지난달 도계광업소도 문을 닫음으로써 국·공영 탄광이 모두 석탄 생산을 중단하기에 이른다. 이 세 곳 모두 1930년대 개발된 탄광으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했다. 특히 장성광업소는 폐광할 때까지 생산한 석탄의 양이 석탄공사가 1950년 창립된 이후 생산한 석탄의 49%를 차지할 정도였다. 이제 유일하게 남은 건 민영 탄광인 경동상덕광업소뿐이다. 폐광 지역에 대체 산업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화려했던 시절을 뒤로하고 이제 ‘막장’에 다다른 탄광의 현주소에 씁쓸할 따름이다.

김준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