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하나님의 일터] “일터의 삶이 하나님 나라로 연결되도록 돕는 가이드 될 것”

입력 2025-07-19 03:05
킹덤플러스 아카데미 대표 최영수 목사가 최근 자신이 사목으로 일하는 서울 강서구의 한 콜센터 회사 앞에서 활짝 웃으며 서 있다.

주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5시30분 온라인 화상 플랫폼 줌(Zoom)에 모인 직장인들의 말씀 묵상과 기도가 이어진다. 오후엔 성경적 직업관과 성품·역량을 훈련하는 시간이 열린다.

이 모임을 이끄는 이는 킹덤플러스(Kingdom Plus) 아카데미 대표 최영수 목사다. 한국기독교실업인회(CBMC) 광화문지부와 성남드림지회 지도목사이자 주님기쁨의교회 협동목사로도 활동 중인 그는 1988년 이랜드그룹 1대 사목으로 직장선교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36년간 ‘일터도 하나님의 나라’라는 신념으로 일터선교에 매진한 그의 활동은 직장사역훈련센터, 교회 기반의 소명아카데미, 온라인 기반 일터 신앙 훈련기관 킹덤플러스 아카데미로 이어졌다.

최근 서울 강서구 한 사무실에서 만난 최 목사는 “이제 교회는 주일만이 아니라 월요일도 책임져야 한다”며 “지금도 사목으로 일하는 회사에서 내가 가장 먼저 사무실 문을 여는데, 일터가 곧 하나님의 현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터에서 보내는 삶, 일상의 중요성

최 목사가 처음부터 일터를 사역지로 삼았던 건 아니다. 대학 시절 캠퍼스 전도와 훈련에 매진한 그는 네비게이토 선교회에서 2년간 훈련받고 서울침례교회(이동원 목사)에서 청년부 사역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에게 당시 급속 성장하던 기업 이랜드의 박성수 회장이 입사를 제안했다. 채용된 자리는 아시아선교회 간사 역할이었지만, 정신없이 돌아가는 기업 문화는 낯설었다. 최 목사는 “사역은커녕 일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몰라 속만 탔다. 그만둘까 고민도 했지만 책임감에 그럴 수도 없었다”고 회고했다. 고민하던 그는 복도 청소와 화장실 관리, 자판기 정비 같은 허드렛일을 자처했다. 청소 잘하기로 소문 날 정도였다. 매일 새벽 6시 반 출근하며 현장에 철저히 뿌리내렸다. 그러면서 하나의 질문이 파고들었다. “하루 10시간씩 일하는데, 이 일이 하나님 믿는 것과 어떤 상관이 있을까.”

이 질문을 붙들고 성경적 직업관을 하나하나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터의 삶, 일상의 시간이 곧 하나님나라와 연결된다”는 확신에 이르렀고, 이는 그의 사역 방향이 됐다.

최 목사가 기업 내 기독교 문화 정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성경적 직업관’을 꼽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기독교 기업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기준은 단순하다. 직업을 갖고 일터에서 보내는 삶의 목적이 하나님의 영광으로 이어지도록 하는지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터가 곧 선교지… 교회 역량 집중해야”

최 목사는 이랜드를 거쳐 벽산그룹에서도 7년간 사목으로 활동하며 직장 내 기독 문화를 정착시켰다. 이후 직장사역훈련센터와 소명아카데미를 통해 교회와 목회자, 크리스천 직장인들을 교육했다. 선한목자교회, 남서울중앙교회 등으로 확산된 이 프로그램을 통해 훈련받은 목회자만 1500명이 넘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만남이 어려워지며 조직과 교육프로그램을 온라인 기반으로 재정비했다. 그렇게 출범한 게 킹덤플러스 아카데미다. 킹덤플러스 아카데미는 총 6개월간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는 현재 삶을 정돈하고 2단계에선 비전과 사명을 구체화, 3단계는 재생산 가능한 일터사역자로 훈련하는 지도자 과정이다. 누가복음 2장 52절을 기반으로 ‘하나님과의 관계, 성품, 건강, 지혜’라는 네 가지 영역을 점검한다. 2023년 11월 출범 이래 현재까지 과정을 마친 기수는 총 8기며, 오는 가을 9기 모집을 앞두고 있다. 각 기수는 20명 내외로 운영되는데 미국과 필리핀 등 해외 참가자도 있다. 일대일 코칭 형태로 진행하는 훈련엔 1948년생부터 MZ세대까지 다양한 연령이 참여하고 있다. 그만큼 일터사역에 대한 수요가 큰 것이다. 최 목사는 “예전엔 여성이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두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맞벌이가 대세”라며 “2030세대는 모두 바쁘게 일한다. 교회 내 평일 모임이 어려워지고, 더 이상 여전도회가 식당 봉사를 맡지 않는 시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교회가 집중해야 할 곳은 성도가 일하는 일터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일터 문화 이뤄가야

일터선교 전문가인 그가 몸담았던 기업만 해도 지금까지 100곳이 넘는다. 현재 사목을 맡고 있는 회사는 콜센터 기업으로 8년째 최 목사와 함께 신앙 기반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최 목사는 “신앙 기반의 경영을 위해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실 기업의 그림을 먼저 그리고, 그 철학에 공감하는 이들과 함께 걸어가야 한다”며 “그렇게 형성된 문화는 어느 순간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조직 전체에 스며들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출간한 저서 ‘월요일의 그리스도인’으로 크리스천 직장인들 사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최 목사는 그 책을 기반으로 한 일터 신앙 훈련 교재 시리즈도 준비 중이다. 교회 소그룹이나 기업 워크숍에서 실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는 “일터사역에 눈을 뜬 교회는 많아졌지만, 정작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목회자 대다수가 일터 현장 경험이 없어 접근도 어렵다”면서 “그런 이들을 위한 실제적인 가이드를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