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길·무릉·묵호’ 강원도 동해시의 산·계곡·바다… 소금 지고 백두대간 넘던 지게꾼의 애환 서린 옛길

입력 2025-07-17 02:02
강원도 동해시 신흥마을에서 바라본 ‘동해소금길’ 1코스 일대. 가운데 움푹한 곳이 백두대간 댓재와 백봉령 사이에 있는 원방재다.

강원도 동해시는 산, 바다, 계곡 등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여름철 시원한 곳을 찾는 이들의 고민을 덜어준다. 더구나 주요 여행지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밀집해 있어 쾌적하게 즐기기에 좋다. 서울~동해 KTX가 개통돼 접근성이 훨씬 좋아졌다.

초록이 짙은 숲의 품이 그립다면 ‘백두대간 동해소금길’로 가자. 백두대간을 넘나들던 옛길이자 한때 생계를 위해 땀 흘리며 소금을 운반하던 고갯길이다. 바닷가에서 생산된 소금을 내륙 산골로 운반하던 길은 동해 북평시장에서 백두대간을 넘어 정선군 임계시장으로 이어진다. 바다가 없는 정선에선 소금이 귀했고 반대로 바닷가 사람들에게는 정선의 삼베와 곡식이 필요했다.

당시 동해안 소금 제조는 바닷물을 햇볕과 바람에 증발시키는 천일제염 방식이 아니었다. 가마솥에 바닷물을 넣고 끓여 증발시키는 전통 방식의 전오제염(煎熬製鹽)으로 생산했다. 이 방법으로 제조된 자염(煮鹽)은 천일염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품질이 우수했다고 한다.

동해소금길은 크게 세 구간으로 나뉜다. 제1코스 ‘소금 땀에 젖은 명주목이길’이라는 부제가 붙은 백두대간 생태탐방로, 제2코스 ‘바람 안고 걷는 더바지길’ 이기령 더바지길, 그리고 제3코스 ‘호수 품은 치유의 길’ 금곡동 옛길이다.

이 가운데 과거를 상상하며 걷기 좋은 숲길이 1코스다. 신흥마을에서 백두대간 원방재에 이르는 7.1㎞로, 왕복 약 5시간 걸린다. 원시림 같은 울창한 숲을 걸으며 다양한 볼거리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신흥마을 아래 조성된 동해시 식수원 달방저수지.

신흥마을은 동해시민들을 위한 식수를 공급하는 달방저수지 위쪽에 있어 개발규제를 심하게 받았다. 덕분에 울창한 산림이 잘 보존돼 청정자연이 마을의 자산이 됐다. 신흥천과 전청천에는 용소골 폭포, 병밭폭포, 용소폭포, 삼부연폭포 등 폭포가 많다.

신흥마을에서 ‘학이 살았던’ 서학골 안길을 따라 2㎞ 정도 지나면 주차장이 나온다. 본격적인 트레킹 출발이다. 길은 과거 기우제를 지내던 신성한 장소인 용소폭포로 이어진다. 용이 물속에서 승천했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장수공깃돌바위.

용소폭포를 지나면 ‘설화의 길’이 펼쳐진다. 길목에 다섯 개의 공깃돌 모양을 한 장수공깃돌바위가 자리한다. 마을을 떠난 장수가 공깃돌을 던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바로 옆에는 작은 용소와 구름 속 아기용이 승천하는 그림이 담긴 용화암이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웅크린 형상의 두꺼비바위가 시야에 잡힌다.

용화암.

더 올라가면 주막터가 나타난다. 과거 동해와 정선을 오가던 보부상과 지게꾼이 짐을 내려놓고 탁주 한잔 기울이던 공간이다. 주막은 사라졌지만 동상과 조형물이 옛 분위기를 상상하게 한다. 막걸리를 마시며 웃고 있는 선비, 짐을 진 나귀를 이끄는 상인, 푸근한 표정의 주모 모습에서 정이 느껴진다. 주막터 다음은 선녀소다. 밤마다 신선들이 모여 도를 닦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후 숲은 더 짙어지고 길은 더 험해진다. 1코스의 끝 원방재는 ‘먼 곳’이라는 뜻의 이름처럼 옛사람들이 힘겹게 넘었던 해발 720m의 고개다. 고개를 넘으면 정선군 임계면 가목리다.

주막터.

2코스인 ‘이기령 더바지길’은 동해시 이기동에서 임계면 가목리 부수베리까지 이어진다. 더바지길은 군대가 주둔했던 이곳에 물자, 무기 등을 옮겨주면 금전을 ‘더 받는다’해 이름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에메랄드빛 호수가 아름다운 무릉별유천지.

3코스인 ‘금곡동 옛길’의 상당 구간이 ‘무릉별유천지’를 통과한다. 수명이 다한 폐채석장을 재생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에메랄드빛 호수를 자랑한다.

‘무릉선원 중대천석 두타동천’이 새겨진 무릉반석.

무릉별유천지 인근에 무릉계곡이 있다. 두타산과 청옥산을 배경으로 한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물이 어우러진다. 특히 무릉반석과 쌍폭포 구간은 가벼운 트레킹과 함께 시원한 계곡물을 즐길 수 있다.

일출 무렵 묵호항 등대 주변에서 바라본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일대. 바다를 보며 짜릿하게 즐길 수 있는 스카이워크와 액티비티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묵호항 일대는 동해시의 대표적인 관광 밀집 구역이다. 묵호등대에 오르면 묵호항과 푸른 바다, 논골담길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인근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와 해랑 전망대에서는 걷거나 스카이바이크 등 액티비티를 즐기며 동해를 보는 짜릿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별빛마을 전망대 아래 어린 왕자 조형물 포토존.

묵호항 바로 앞에 ‘묵호 별빛마을’이 있다. 별빛마을로 가는 길은 동쪽바다중앙시장 쪽과 묵호항 어린왕자 백구(109)계단 두 곳이다. 백구 계단 입구에는 ‘어린왕자 조형물 포토존’이, 계단을 오르면 ‘별빛마을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전망대에 서면 묵호항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여행메모
소금길 트레킹 때 등산화·긴 바지
도째비골 야간 개장·18~20일 축제

백두대간 동해소금길 3개 코스 가운데 제3코스가 가장 무난하고 다음이 1코스다. 2코스는 아직 정비 중이다. 1코스의 경우 주막터까지는 쉽게 다녀올 수 있다.

동해소금길에 들어서기 전에 물과 간식을 준비하고 등산화를 신는 것이 중요하다. 여름철 풀이 무성한 구간이 많아 긴 바지도 필수다. 계곡에서 탁족하려면 수건을 챙기면 좋다. 9월과 10월에는 상설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공식 누리집(동해소금길.kr)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무릉별유천지와 무릉계곡은 주차료와 입장료를 모두 받는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도 입장료를 받지만 도로 주변에 무료 주차할 수 있다. 해랑 전망대는 모두 무료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는 지난 11일부터 8월 23일까지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야간 개장 중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로 운영 시간이 확대됐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인근에서 오는 18∼20일 도째비를 테마로 한 ‘도째비페스타’가 열린다. 인근 어달해수욕장은 동해 대표 해변 중 하나로, 고운 모래사장과 맑은 바다로 여름철 피서지로 사랑받고 있다.



동해=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