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귀한 ‘우(雨)요일’ 비경… 비 온 뒤에만 시원한 물줄기 보여주는 ‘비와야 폭포’

입력 2025-07-17 02:11
오랜 가뭄 끝에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고 있다. 이럴 때 볼 수 있는 독특한 비경이 있다. ‘비와야 폭포’다. 물줄기가 약할 때는 평범한 절벽의 모습을 보이다 비가 내리면 폭포가 만들어져 이 같은 이름을 얻었다. 진귀한 ‘우(雨)요일’ 풍경이다.

‘석탄 도시’ 태백의 ‘비와야 폭포’

물줄기가 약할 때 절벽으로 보이던 곳이 비 온 뒤 폭포로 변해 진귀한 풍경을 펼쳐놓고 있다. 태백 ‘비와야 폭포’.

강원도 태백시 장성동에는 장마철에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이색 볼거리가 있다. 양지마을 체육공원 인근 야산 재피골 아래 높이 약 40m의 석회암 절벽에 위치해 비가 오면 하얀 물줄기를 이루는 ‘비와야 폭포’다. 잠깐 내리는 여름 소나기에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지만 비가 그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물길이 뚝 끊기면서 폭포다운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폭포와 연결되는 하천이나 수원지가 없고, 비가 왔을 때 상단 계곡부에 고인 물이 흘러내리는 폭포이기 때문이다. 비가 많이 내리면 제법 웅장한 소리를 내며 폭포다운 위용을 과시할 때가 많아 사진을 담으려는 이들의 발길이 몰린다. 큰길에서 폭포 방면으로 연결되는 마을 골목길 이름은 ‘비와야폭포길’이다. 길 끝에 공영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 황지천을 넘어 공원으로 바로 갈 수 있는 나무다리가 설치돼 있다.

태백은 과거 ‘검은 황금’을 캐던 50여 개의 광산을 보유하며 우리나라 석탄 산업의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장성동은 국내 석탄산업을 이끌었던 태백 그 자체였다.

주변에 석탄 관련 볼거리도 있다. 장성3동 이중교 앞에서 금천마을로 가는 거무내미(黔川) 계곡을 따라 1㎞쯤 들어가면 1997년 화강암으로 세워진 ‘최초석탄발견지탑’이 나온다.

인근 철암(鐵巖)에는 1937년 건설돼 최근까지 가동된 철암역두 선탄시설이 볼거리다. 장성광업소에서 보낸 원탄을 선별·가공해 현장에서 쓸 수 있게 만든 다음 화물열차에 싣던 국내 유일 선탄시설이자 국내 최초 무연탄 시설이었다.

비 온 뒤 큰 바위에 걸친 웅장한 폭포

부안의 선계폭포.

전북 부안군에는 이름은 따로 있지만 비 온 뒤에만 쏟아지는 웅장한 폭포가 여럿 있다. 보안면 우동리 ‘선계폭포’가 대표적이다. 비가 넉넉하게 오면 60m 높이의 폭포가 거대한 암봉에 내걸린다. 저수지 옆에 주차하고 200m 걸으면 까마득한 폭포의 물줄기 아래 닿는다.

선계폭포에는 조선 태조 이성계가 왕이 되기 전 무예를 수련하던 중 뛰어내리면서 휘두른 칼에 바위가 길게 잘렸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부안의 수락폭포.

또 하나의 폭포는 부안의 낙조 명소인 변산면 솔섬 인근 ‘수락폭포’다. 솔섬을 바라보는 전북학생해양수련원에서 뒤로 돌아보면 멀리 투봉바위 능선에 거대한 절벽이 눈에 띈다. 비가 오면 수락폭포로 변한다.

변산면 직소천 공원에서 직소천 물 건너편으로 보이는 기암 안쪽의 깊숙한 곳에도 비 오는 날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벼락폭포’가 자리한다. 비가 내리면 협곡에 높이 50m쯤 되는 큰 물줄기가 걸린다.

여름철 해수욕장도 빼놓을 수 없다. 변산반도국립공원에 격포, 변산, 고사포 등 부안 3대 해수욕장이 있다. 격포해수욕장은 대천해수욕장, 만리포해수욕장과 더불어 서해안 3대 해수욕장으로도 꼽힌다. 1933년 개장한 변산해수욕장은 하얀 모래와 푸른 솔숲이 어우러져 백사청송해수욕장으로 불린다. 수심이 얕고 넓은 백사장에 오토캠핑장, 야영장, 노을바라기전망대, 비치가든, 노을쉼터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춰서 인기다. 고사포해변에는 변산반도국립공원이 운영하는 국립 야영장이 있어 캠핑을 즐기기에 좋다.

코끼리 코 따라 흐르는 빗물 폭포

평창 '코끼리 바위'.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에는 비 온 뒤에 볼 수 있는 진귀한 풍경이 있다. 먼저 미탄면 기화리 마을 뒷산의 코끼리바위다. 재치산(751m) 바위 봉우리가 거대한 벽처럼 우뚝 솟아 있고, 중턱에 2개의 커다란 동굴 구멍이 나 있는데 코끼리 눈처럼 보인다. 그 가운데로 코끼리 코가 길게 늘어져 있다. 비가 오면 높이 200m의 코 줄기를 따라 물줄기가 흘러내리며 폭포를 이룬다.

이 일대는 약 4억5000만년 전 형성된 석회암지대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재치산 남사면 해발 530~750m 산간 마을인 한탄리 고마루 마을에 내린 빗물이 석회암 동굴을 타고 내려와 산 중턱에 있는 굴을 통해 빠져나오면서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것이다. 강수량에 따라 폭포의 규모가 시시각각 변하고 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폭포가 아예 형성되지도 않는다. 코끼리바위는 마을 앞 도로에서도 보이지만, 마을 안쪽에 마련 넓은 주차장에서 가깝게 볼 수 있다.

인근 고마루 마을은 카르스트 지형에 들어선 고원분지 마을이다. 석회암 지층이 내려앉는 돌리네 현상에 의해 만들어졌다. 수십 개의 돌리네(원형 또는 타원형으로 움푹 파인 땅)와 우발레(돌리네 침식으로 만들어진 불규칙한 웅덩이)가 분포한다. 비슷한 카르스트 지형으로 율치리 ‘돈너미 마을’도 있다.



글·사진=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