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AI연구원이 15일 국내 첫 하이브리드 인공지능(AI) 모델 ‘엑사원 4.0’을 공개했다. 지난 3월 추론형 AI 모델을 발표한 지 4개월 만에 일반형과 추론형을 결합한 새 모델을 선보인 것이다. 엑사원 4.0은 동급 모델 중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지녔으며, 의사를 비롯한 6종의 국가 자격증 필기시험을 통과할 정도로 전문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브리드 AI는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빠르게 답변하는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는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추론 AI 모델을 합한 형태다. 국내에서 하이브리드 AI 모델이 개발된 것은 처음이다. 앞서 미국의 ‘클로드’ 개발사인 앤스로픽과 중국의 ‘큐원’ 개발사인 알리바바 등이 하이브리브 AI를 선보였으며, 미국의 오픈AI도 GPT-5를 하이브리드 AI로 개발하는 중이다.
LG AI연구원에 따르면 엑사원 4.0은 AI 모델의 성능을 평가하는 벤치마크 비교에서 미국(파이4), 중국(큐원3), 프랑스(미스트랄 스몰) 모델을 뛰어넘어 세계 최고 수준을 입증했다. ‘지식 수준과 문제 해결 능력 평가’ 점수는 81.8점을 기록했고 ‘수학 문제 해결 능력’은 85.3점, ‘과학문제 해결 능력’은 75.4점, ‘코딩 능력’은 66.7점을 받았다. 특히 수학 능력은 다른 AI 모델보다 7점 이상 앞선 높은 성능을 보였다.
엑사원 4.0은 전문가 모델(32B)과 온디바이스 모델(1.2B)로 나뉜다. 전문가 모델은 총 14개의 국가 공인 전문 자격증 시험 테스트에서 6개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의사 치과의사 한약사 관세사 감정평가사 손해사정사 시험을 통과했다. 이렇게 전문 지식이 필요한 분야에서도 높은 수준의 답변이 가능해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물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연구원 측 설명이다.
서버 없이 가전 제품이나 스마트폰 등 기기 내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모델은 ‘작지만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지난해 12월 공개한 엑사원 3.5 2.4B 모델과 비교해 크기는 절반으로 줄었는데, 수학·코딩·과학 등 평가 지표에서 오픈AI의 ‘GPT-4o 미니’보다 높은 성능을 보였다.
LG AI연구원은 이날 엑사원 4.0을 오픈 웨이트 모델로 공개한 데 이어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형태로 제공하는 상용 서비스도 시작했다. 오픈 웨이트는 설계도나 학습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지만 어떤 정보에 가중치를 두는지 공개한 모델로, 수정이나 재배포가 가능하다. 또한 API 형태로 제공되면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없어도 개발자나 기업들이 엑사원 4.0을 자체 서비스에 손쉽게 연동·활용할 수 있다. LG AI연구원은 “엑사원 4.0의 API 공개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AI 기술 도입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