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10월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원국 정상에게 공식 초청 서한을 보내고 안방 실용 외교에 돌입했다. 안방에서 열리는 APEC을 계기로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일과의 실리 외교를 이뤄내겠다는 각오지만 각국 외교 현안이 녹록지 않아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20개 APEC 회원국 정상에게 올해 APEC 정상회의가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주에서 개최될 예정임을 알리며, 회원국을 초청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우리 시각으로 어제 발송했다”고 말했다. APEC에는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캐나다, 베트남 등 21개국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이 대통령은 서한에서 “APEC이 지난 30여년 동안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과 번영에 기여해 왔음을 높게 평가한다”며 “올해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이라는 주제 아래 역내 연결성 강화와 디지털 혁신 진전, 번영 촉진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논의들이 정상회의를 통해 결실을 맺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의장국 수장 자격으로 APEC 정상회의를 이끌어야 한다. 그러나 APEC 성공을 견인하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미국발 관세전쟁이 10월까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진전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한·미 정상회담조차 아직 못한 상황에서 당장 미국과의 통상 협상이 우선 과제로 떠오른다. 양 정상 간 ‘홀 패키지’ 담판으로 끝맺을 가능성이 높아 APEC 개막 전 원포인트 정상회담이라도 개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참석 가능성도 주목된다. 강 대변인은 “서한을 보낸 대상에 중국이 포함돼 있다”면서도 “(개별 국가의 참석 여부는) 최종적으로 정리가 된 이후 발표될 것으로 안다”며 즉답을 피했다. 중국이 오는 9월 제80주년 전승절 기념식에 이 대통령을 초청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전승절 참석 여부가 시 주석의 APEC 참석에 일종의 전제조건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최근 이 대통령과 만난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한 라디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승절에) 간다면 우리도 갈 수 있지 않느냐는 분위기로 이 대통령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윤석열정부에서 사실상 관계가 단절된 북한의 참석 가능성도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강 대변인은 북한 초청 여부를 묻는 말에 “북한은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서한 발송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았다”면서도 “외교·통일 라인에서 검토할 사안”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9년 한국에서 열린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했지만 불발됐다.
최승욱 이동환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