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 부작용 속출하는 중국 ‘금주령’

입력 2025-07-16 00:37

중국 사회가 공직자 금주령으로 들썩이고 있다. 발단은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지난 5월 발표한 ‘당정기관의 절약 실천 및 낭비 반대 조례’ 개정안이었다. 이 조례는 공무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며 공무 식사에서 고급 요리와 담배·술 제공 금지, 공무 관련 비용의 투명한 지출 등에 관한 규정을 담았다.

이번 조치는 2012년 3월 시행된 ‘3공제한소비령’보다 강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당정은 재정 절감과 검소한 기풍 장려를 위해 공적 접대비용, 공무 차량비용, 공적 해외출장 등 3대 공공비용에 대한 지출을 엄격히 제한했다. 관련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하면 해고 등 중징계하도록 강력한 처벌조항도 마련했다. 당시 고급술의 대명사인 마오타이주 가격이 60% 폭락하고 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락하는 등 타격이 컸지만, 중앙정부는 재정 지출 절감 효과를 거뒀다. 시일이 지나면서 현장 분위기는 다시 느슨해졌다. 선물용품을 사무용품으로 위장하거나 고급술을 마시면서 장부 기재를 누락하는 등 편법이 횡행했다. 접대 문화와 근무 중 음주관행도 살아났다. 지난 4월에는 각각 안후이성과 후베이성에서 당 간부들이 대낮에 술판을 벌이다 숨지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당 중앙이 거듭 지시해도 일부 간부들은 아무런 두려움이나 경외심도 없이 묵살했다”며 무관용원칙을 천명했다. 이번 개정안은 기존 규정을 세부적으로 구체화한 정도이지만, 공직 사회의 기강을 다잡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담겼다. 관리·감독 책임을 해당 조직 내부의 상급 기관에서 당의 기율검사기관으로 이관한 게 대표적이다. 내부자끼리 봐줄 여지를 없애버린 셈이다. 당정은 각 지방과 부문에 개정안의 철저한 이행을 각별히 주문했다.

중앙의 서슬 퍼런 모습에 지방정부와 공공기관·공기업 등에선 충성 경쟁이 벌어졌다. 3인 이상 식사를 전면 금지하거나 24시간 금주령을 내린 곳도 나왔다. 매일 음주측정을 하거나 공직자의 규정 위반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곳도 있다. 공직자들이 오해나 의심을 받을 만한 행동들을 아예 삼가면서 중국 내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이 지난달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중국 외식업 매출의 51.6%가 정부기관과 국영기업, 공공기관 소비에서 나온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리포트에서 중국 공산당의 엄격한 근검절약 규칙 시행과 공무 식사에서 음주 금지 조치로 중국의 소비지출 회복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부작용이 속출하자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와 국가감찰위원회는 허용되는 행위와 금지되는 행위를 세부적으로 정리해 다시 제시했다. 지나치게 몸을 사려 일상적인 교류나 외식까지 회피하지 말라는 취지이지만, 공직사회는 긴장을 풀지 않고 있다.

이번 금주령은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숱한 부작용을 낳은 ‘쌍감정책’과 판박이다. 중국 정부는 사교육 부담을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쌍감정책을 추진했지만, 청년실업과 경기침체가 심각한 현실을 무시해 실패를 자초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의 제로코로나 정책도 일방적 희생을 강요해 큰 반발을 샀다.

중국에선 국가적 목표로 선포되면 비판이나 반론이 허용되지 않는다. 예견되는 오류를 막을 기회도 사라진다. 중국 특색의 중앙집권적이고 하향식 체제가 갖는 한계다.

송세영 베이징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