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턴 교회에 안 가도 되지 않을까.’
박진우(가명)씨는 대학에 들어간 뒤 주일마다 교회 출석을 놓고 고민했다. 부모님이 속상해하실 것 같아 교회에 나갔지만 신앙생활에 회의감을 갖게 된 뒤 몸만 왔다 갔다 하는 건 무의미했다. 그렇게 자신과 ‘믿음의 줄다리기’를 겨룬 시간만 꼬박 1년이 걸렸다. 올해 스물넷인 그는 “5년째 교회에 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의 사례는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전형적 패턴에 속한다. 교회 출석에 회의감을 느낀 청년 10명 중 6명은 1년 내 교회를 떠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교회를 떠날까 고민하는 청년들의 신앙 회복 골든타임은 2년이 최대”라며 “교회 이탈을 고민한 청년 중 절반은 ‘마음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교인이 한 명도 없다’고 했다. 교회에서 겉도는 청년들의 말과 행동의 변화, 소속감 등을 섬세하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15일 대전 판암장로교회(홍성현 목사)에선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원인을 찾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정책연구소(이사장 신용기 목사)가 ‘청년부흥: 진단과 대책-위기의 청년층, 현재의 상황을 진단하고 대책을 논하다’를 주제로 연 포럼에선 교회 이탈 청년과 교회 이탈을 고민하는 이탈 의향 청년들의 실태가 공유됐다.
이미 교회를 떠난 청년과 교회 이탈을 고민하는 청년들 사이엔 인식 차이가 다소 있었다. 교회 이탈 청년은 ‘생활 문제’(27.3%) ‘신앙 문제’(16.3%) ‘배타적인 기독교 정서’(11.3%) 등을 교회와 결별한 주된 이유로 밝혔다. 반면 교회 이탈 의향 청년은 ‘신앙 문제’(19%) ‘배타적인 기독교 정서’(16.5%) ‘교회 문화’(13.5%) ‘봉사 헌금 등 헌신 요구’(13.5%)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픽 참조).
두 그룹 모두에서 교회 이탈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신앙 문제’의 세부 양상은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이미 교회를 떠난 청년들은 ‘종교에 대한 회의감’(52.3%) ‘확신이 없는 신앙’(48.0%) ‘구원에 대한 의구심’(41.0%)을 지목했다. 이탈을 고민 중인 청년들에게도 ‘종교에 대한 회의감’(65.0%)과 ‘확신이 없는 신앙’(61.0%)은 교회와 거리를 두게 만든 요인이었으며 ‘정체된 신앙 성장’(53%)에 대한 고민도 두드러졌다.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용근 목회데이터연구소 대표는 “45%에 가까운 청년들이 20대가 됐을 때 ‘교회를 떠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교회 이탈 의향 청년의 마지막 이탈 방지 허들은 부모”라고 말했다. 그는 “교회 이탈 의향을 보이는 청년 다수가 가족으로부터 신앙을 이어받았기 때문에 일종의 이탈 유예기간이 있다”며 “장년 대상 부모교육과 가정 내 신앙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현표 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는 ‘청년층 이탈 방지 대책과 부흥 전략’을 주제로 강의했다. 양 교수는 “현재의 청년세대는 교회의 성장과 부흥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라며 “청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교회를 둘러싼 신뢰도가 낮은 환경에서 자란 청년세대는 교회에 대한 자존감이 기성세대만큼 높지 않다”며 “본질적으로 다음세대는 아버지 세대의 교회를 떠나려고 하고 새로운 형태의 교회만이 이들을 품을 수 있다. 기성교회가 본당을 다음세대에 내어주는 등 지금의 교회 형태를 과감하게 바꾸지 않는다면 청년들은 전통교회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전도학 교수는 “청년들을 살려야 한다는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으나 실질적 변화는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라며 “잠재적 이탈 청년들의 인식까지 아우른 이번 예장합동의 조사는 한국교회에 경종을 울리는 유의미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그는 “교회가 그동안 모든 문제를 단순히 신앙적 차원에서만 접근하려 했으나 신앙생활 역시 합리적 사고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 왔다”며 “교회가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영적 돌봄을 통해 개개인을 복음으로 양육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박윤서 기자, 이현성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