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상법상 배임죄 폐지를 골자로 하는 상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며 재계 달래기에 나섰다. 경영계가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했던 경영 판단에 대한 형사 리스크를 줄이고 배임죄 중복 처벌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법상 특별배임죄 조항을 삭제하고 형법상 배임죄에 ‘경영 판단의 원칙’을 명문화하는 상법·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15일 밝혔다. 주주 권리 강화와 투명성 제고는 유지하되 정당한 경영 판단이 과도한 형사 리스크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현행 상법상 특별배임죄는 경영진이 임무에 위배한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가 이를 취하도록 해 회사에 손해를 끼칠 때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다. 재계에서는 이 내용이 형법상 배임죄와 중복된다며 이중처벌이라고 지적해 왔다.
형법상 배임죄도 ‘경영 판단의 원칙’을 명문화해 개정한다. 기업의 고의적 사익 편취와 정당한 경영 판단을 명확히 구분하겠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배임죄는 합리적 경영 판단조차 사후적으로 손해가 발생할 경우에도 배임죄로 기소될 수 있도록 한다. 재계가 배임죄 남용으로 인한 경영 위축을 우려하며 완화를 건의한 이유다. 이번 개정안은 경영계 우려를 일부 해소해 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이재명정부 들어 ‘3%룰’을 포함한 상법 개정안을 공약 1호 법안으로 밀어붙인 데다 집중투표제와 자사주 소각 등 줄줄이 강화된 상법 개정안 드라이브도 예고돼 있어서다.
김 의원은 이재명정부가 추진 중인 ‘코스피 5000 시대 실현 전략’의 일환이자 지난 3일 주주권 강화와 지배구조 투명성 확대를 위한 상법 개정안과도 균형을 이루는 입법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배임죄 남용이 자본시장을 위축시키고, 기업의 전략적 판단과 투자 유인마저 떨어뜨리고 있다”며 “이제는 투명성을 갖춘 자본시장을 회복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앞서 상법 개정안을 주도한 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도 배임죄 폐지 등을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예고했었다.
성윤수 한웅희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