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군 재산면 주민들은 요즘 살 맛이 저절로 난다. 수익은 늘고, 도시에 있던 자녀들이 돌아오고, 좀처럼 들을 수 없었던 아기 울음소리까지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농가소득 두 배를 목표로 경북도가 2023년도부터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경북형 공동영농’이 문경 영순지구의 ‘주주형 이모작 공동영농’에 이어 ‘특화 품목을 중심으로 한 공동영농’에서도 성공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소득 배가, 청년 유입, 지방소멸 해결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다.
주주형 이모작 공동영농은 고령·은퇴 농가가 땅을 내놓고 법인은 규모화된 농지에서 대형 농기계로 이모작을 지어 참여 농가에 배당으로 소득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농촌의 고령화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두고 있다.
특화형 공동영농은 개별 영농을 하면서 선도 재배 기술 공유와 공동 방제·유통·판매 등의 협력으로 농촌 미래를 위한 투자에 중점을 두고 있다. 각종 농자재를 공동으로 구매해 경영비는 낮추고 선도 농가의 기술 지도와 표준 재배 설명서 공유로 생산성을 높이는 소득 모델이다. 이에 더해 출하 물량을 규모화해 가격협상력과 수취가격을 높이는 것은 물론 이모작 재배로 소득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봉화군 재산지구(26농가 21㏊)에서는 시설재배로 수박을 수확한 후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 이모작을 추진, 4억50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기존 방식의 3배에 달한다. 소득이 향상되자 재산지구에서만 5명의 승계농이 들어와 공동영농에 참여하면서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다.
법인에 참가한 황창호씨는 “아들이 가업을 잇는다고 들어와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 올해 우리 동네에 아기가 2명이나 태어났다. 3년 만이다. 아들도 잘 정착해 얼른 손주를 봤으면 좋겠다”며 “농업대전환 덕분에 소득도 올라가고 마을이 활기가 넘친다”고 말했다.
봉화 재산지구 수박·토마토 이모작 재배와 청송 주왕산지구 다축형 사과원 조성은 대표적인 특화 품목 중심의 공동영농 사례로 올해 본격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잘 사는 농업인을 만들어보자’는 이철우 경북지사의 고민에서 시작된 농업대전환이 주주형 이모작 공동영농의 성공에 이어 ‘특화형 공동영농’이라는 또 하나의 소득 모델로 대한민국 농업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이 지사는 “규모화, 기계화, 첨단화를 통한 농업대전환으로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선봉에 선 경북도가 대한민국 농업의 대표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봉화=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