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대통령의 반려견

입력 2025-07-16 00:40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알레르기가 있는 딸을 위해 털 빠짐이 적은 포르투갈 워터 도그를 선택했다. 퍼스트 도그(first dog) ‘보’와 ‘써니’는 백악관 정원을 누비며 대국민 행사에 등장했고,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개들’로 불렸다. 대통령이 반려견과 함께하는 모습은 인간적 면모를 드러내고, 친근한 이미지를 만든다. 유기견을 입양하거나 반려동물을 돌보는 행위는 동물복지를 실천하겠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공감 정치와 정서적 소통에 도움이 된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반려동물을 두지 않았다. “쇼처럼 느껴진다”라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백악관에 반려동물이 없었던 건 거의 100년 만의 일이다. 이는 권위적이고 강한 리더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우리 전직 대통령들에게도 반려견은 낯설지 않다. 미국에서부터 키우던 개 4마리를 청와대에 데려온 이승만 대통령을 시작으로 대부분 반려견이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통일의 희망을 담은 풍산개를, 이명박 대통령은 진돗개 ‘청돌이’, 박근혜 대통령은 ‘새롬이’와 ‘희망이’ 등을 키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기견 보호소에서 입양한 ‘토리’, 풍산개 ‘마루’ ‘곰이’를 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다수의 반려견과 반려묘와 함께 살았다. 유기견을 입양하고, 북한에서 선물 받은 개를 키우고, 새끼를 받아 분양하는 등 각자의 철학이 반려견을 통해 드러났다. 청와대를 떠나며 반려견을 두고 가 유기 논란이 일었던 일도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취임 후 처음으로 반려견 ‘바비’를 공개했다. 몰티즈와 푸들의 혼종인 몰티푸로, 원래는 장남 부부의 강아지였지만 한남동 관저에서 함께 살게 되면서 대통령도 어느새 집사가 됐다. “개가 아내에게만 가서 섭섭했다”는 소탈한 언급도 있었다.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진심은 통한다”고도 했다. 국민 네 명 중 한 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시대다. 바비가 1500만 반려 인구와 대통령을 이어주는 조용한 징검다리가 되길 바란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