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 이후 탄핵과 조기 대선, 정권 교체로 이어진 정국 소용돌이 속에서 대구시는 시장 권한대행 체제라는 낯선 상황을 맞았다. 올해 초 대구시 행정부시장으로 부임한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이 남은 민선 8기 대구시정을 이끌게 됐다. 그는 대구시 기획조정실장, 행정안전부 조직국장 등 중앙과 지방행정을 모두 경험한 행정 전문가로 통한다. 지역 현안 해법에 대해 김 대행에게 물었다.
시정 현안 국정과제 채택 총력
김 대행은 1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00여일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는 동안 시정 안정에 가장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그는 권한대행 역할을 수행하며 느꼈던 점과 어려움 등을 묻는 질문에 “시민들이 걱정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그동안 시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데 집중했고 대구시의회와 관련 기관에서 많은 도움을 줘 산불대응, 지역공약 발표, 시의회 추경, 딤프와 치맥페스티벌 등 당면한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행은 취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한 함지산 산불(4월)을 힘들었던 순간으로 꼽았다. 그는 “도심형 산불은 수많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중대재난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노심초사하며 밤새워 진화작업을 벌였다”며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재난 초기대응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대구시 재난대응체계를 고도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김 대행은 바뀐 정치 지형에서 행정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그는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과의 협력관계 강화를 중요하게 여겼다.
김 대행은 “지역의 핵심 현안들이 새 정부 국정과제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여당과의 유기적인 소통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이에 민주당과의 협력 채널 가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민주당 대구시당과 실무협의회, 당정협의회를 진행하며 지역공약 실행을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민주당 대구시당과의 좋은 관계를 바탕으로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 국가균형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과 면담을 갖고 지역 현안을 적극 건의했다”고 덧붙였다.
김 대행은 최근 시 간부 공무원들에게 대구 현안의 성공적 추진과 국비확보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권과의 연대, 협력을 강조하며 지역출신 여당 의원은 물론 현안 소관 의원들까지 적극적으로 찾아가 설득하고 협조를 요청해야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 대행은 지역 최대 현안인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사업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새 정부 국정과제 포함을 목표로 모든 역량을 동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기존 기부 대 양여 방식은 군공항을 먼저 짓고 이전 터 개발로 사업비를 충당하는 구조다. 막대한 자본 투입 후 비용 회수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에 시는 정부 공공자금관리기금 활용으로 방향을 바꿨다.
김 대행은 “재정 보조, 제도 개선 같은 국가의 책임 있는 지원을 위한 범정부태스크포스(TF) 구성을 국가균형성장특위에 건의했다”며 “새 정부 국정과제에 이 사업이 반영되도록 정부와 여야 정치권, 다른 지방자치단체와도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할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김 대행은 지역의 다른 현안들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새 정부 지역공약에 ‘취수원 다변화’ ‘군부대 군위 이전’ 내용이 포함된 만큼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정부, 국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할 계획이다.
김 대행은 “대구시의 취수원 이전 정책 방향은 가장 빠르게 실현 가능한 방안으로 확정해 시민에게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조금이라도 더 일찍 공급하는 것이다”며 “그동안 안동댐 취수원 이전안을 추진했지만 최근 정부에서 특정 방안에 국한하지 않고 최적의 방안을 정부 주도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만큼 조속히 취수원 이전 정책이 확정될 수 있도록 대구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또 “도심 군부대 이전을 위해 국방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했고 지난 3월에 최종 이전지와 국군부대 이전 터 4곳의 개발 구상을 발표했다”며 “국방부와 대구시 TF를 구성해 올해 연말까지 통합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내년에 국방부, 기획재정부 심의를 거쳐 합의각서를 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장 목소리 듣는 행정 노력
김 대행은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의 일상화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나타내며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대응체계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산림재난 대응조직을 재난안전실로 일원화하고 전국 최초로 재난현장에 신속 출동 가능한 재난안전기동대를 창설해 초기 대응력을 강화했다”며 “재난대응매뉴얼이 실제 현장에서 잘 작동되는지 점검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도상훈련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재난 예측 시스템 마련, 위험 현장 점검 강화, 취약 계층 지원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행은 남은 기간 대구만을 생각하며 시정을 운영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새 정부 국정과제에 대구 주요 현안들이 반영될 수 있도록 대구시의 역량을 결집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안전과 민생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현장 중심 행정을 펼쳐 대구시정이 더욱 신뢰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싶다”며 “내부적으로는 현재 추진 중인 사업들에 대한 중간 점검을 실시해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단속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