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이스피싱 피해액 역대 최고인데, 대책은 제자리걸음

입력 2025-07-16 01:10

보이스피싱 범죄가 나날이 지능화되고 있는 가운데, 그 피해 또한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범죄 피해액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을 정도다. 보이스피싱은 단순한 사기를 넘어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범죄다. 개인과 사회 전체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2만839건에 달했고, 피해액은 8545억원이었다. 2021년 7744억원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 금액이다. 올해는 1분기에만 5878건에 3116억원의 손해가 발생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보이스피싱 피해 1조원 시대에도 대책은 제자리걸음이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횡행하기 시작한 2006년부터 19년 동안 관련 부처에서 쏟아낸 대책만 140여차례에 달한다. 하지만 범죄 수법은 대책을 비웃듯 진화했고, 피해 규모도 줄어들기는커녕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사회 전반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보이스피싱 조직은 더욱 악랄하게 개인의 재산을 갈취하고, 평범한 일상을 파괴하고 있다.

보이스피싱은 전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일본은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자동 녹음 기능이 부착된 보이스피싱 예방 전화기 구입비를 보조해, 의심스러운 전화를 자동으로 녹음하여 추후 증거로 활용하거나 스스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금융기관의 책임을 강화하는 한편, 국제 공조 강화를 통한 보이스피싱 조직 소탕에 나서고 있다. 우리도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한 수사 및 검거 역량을 더욱 높여야 한다. 또한 디지털 포렌식 기술을 활용하여 범죄 수법을 면밀히 분석하고, 신종 수법에 대한 예측 및 예방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경각심, 수사기관의 강력한 의지, 그리고 금융기관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한데 어우러질 때 비로소 보이스피싱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