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분노가 용서보다 쉽다

입력 2025-07-16 03:06

요즘 일반인 가정을 조명하는 TV 예능이 많이 나옵니다. 자녀들을 키우는 금쪽이, 젊은 청춘이 나오는 연애 프로그램, 결혼과 부부의 일상과 이혼까지 상담하는 형식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의 일상과 성격을 볼 수 있어서 재미있고 유익할 때도 있지만 사실 이 예능들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포인트는 분노입니다. 저런 부부가 정말 존재한다니. 저런 아이들이, 저런 연인이 정말 있을 리가. 이해할 수 없는 충격적인 장면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면서까지 방송에 출연하는가입니다. 출연자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이 분노가 고쳐지지 않아서 온 국민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면서까지도 고치고 싶다고요. 내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고 싶다고 눈물로 고백하는 모습에 공감과 씁쓸함이 동시에 묻어납니다.

삶에 항상 기쁨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교회 안에서도 갈등과 분노는 늘 존재합니다. 에베소서 수신자인 성도들도 서로 갈등하고 분노하며 공동체를 흔들고 있었습니다. 바울은 이를 보고 분노를 어떻게 다스릴 것인지 권면합니다.

본문은 ‘분을 내어도’라고 말합니다. 분노 자체는 죄가 아닙니다. 그러나 분노가 죄로 이어지는 순간,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예수님도 성전에서 분노하셨지만 그것은 하나님의 거룩함을 위한 의로운 분노였습니다. 문제는 분노가 대부분 정당하지 않고 감정의 폭발에서 비롯된다는 데 있습니다. 통제되지 않은 감정이 결국 말과 행동으로 표출되고 그 결과가 관계에 상처를 만들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의 분노가 길면 길수록 마귀가 틈타기 쉽습니다. 바울은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라”고 했습니다. 즉 분노는 가능한 빨리 풀라는 것입니다. 오래된 분노는 내 영혼을 썩게 만들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병들게 합니다. 분노의 원인을 곱씹으며 자신보다는 상대에게 화살을 돌리게 됩니다. 원망의 화살은 하나님에게까지 향하게 되며 하나님과의 관계마저도 무너뜨립니다.

바울은 분노가 마귀의 틈이 된다고 강조합니다. 마귀의 본질은 중상모략자이며 이간질자입니다. 그는 우리가 용서하지 못하게 미워하게 단절하게 만듭니다. 마귀는 나를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모습으로 다가와 이렇게 속삭입니다. “너 그렇게 무시당하는데 언제까지 참기만 할 거야. 본때를 보여줘야지. 똑같이 돌려줘야지.” 분노는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니라 영적 전쟁입니다. 베드로도 똑같이 경고했습니다. “근신하라 깨어라 너희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 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벧전 5:8~11)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잠시 멈추고 거리를 벌리고 시간을 가지면서 내 안의 주님께 도움을 구해보십시오. 감정을 그대로 내지르기보다 그 감정이 정말 정당한지 판단하고 절제와 온유를 구하십시오. 말씀이 나의 태도가 되도록 훈련해야 합니다.

분노는 쉽고 용서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용서를 택하셨습니다. 그 용서의 결과가 바로 우리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신앙을 지키고 이웃과 교회를 살리는 길은 어려운 용서를 택하는 것입니다. 내 자존심을 내려놓고 먼저 손 내미는 용기가 우리 안에 필요합니다. 분노보다는 용서, 감정보다는 성령을 따르는 삶을 훈련하며 승리하시기를 축원합니다.

전웅제 목사(하늘샘교회)

◇전웅제 목사는 감신대와 감신대 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2011년부터 경기도 의정부에서 청소년들과 개척교회를 섬기며 PC방 교회, 아지트 목회, 청소년 눈높이에 맞는 예배를 기획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