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릴라가 장막을 친 불의 계곡, 소렉골짜기
그녀의 달콤한 미소
그 입술에서 나오는 매혹적 언어는
심장을 터질 듯하게 하였고
미지의 행성을 탐사하는 것 같았던
황홀한 미(美)의 곡선
골짜기의 불볕 아래에서도
차가운 달빛 아래에서도
그 사랑은 완전하고 영원한 줄 알았다
아, 당신의 완전한 사랑을 걷어찬 채
감각의 제국에 중독되다가
결국 머리카락이 잘리고 두 눈이 뽑히고 말았던
영웅 사사의 처참한 최후
그녀의 손에 든 금잔의 포도주는 사약이었고
포도주의 향기를 따라 탐사한 미지의 행성은
수치와 파멸의 수렁이었으니
살았을 적에 원수를 죽인 숫자보다
죽을 때 죽인 숫자가 더 많았던 비극적 종말
지금도 들릴라의 포도주에 취해
죽음의 늪을 향해 걸어가는 이는 누구인가.
소강석 시인, 새에덴교회 목사
삼손은 들릴라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그 ‘불의 계곡’을 판별하기에 달콤한 미소와 매혹적 언어 그리고 미의 곡선은 치명적인 유혹이었고, 삼손이 당신의 완전한 사랑을 걷어찬 채 감각의 제국을 열어나가게 했다. 마침내 힘의 원천인 머리카락이 잘리고 두 눈이 뽑히는 절망적인 상황에 도달한다. 어둠의 유혹에 자신을 판 자의 최후가 비극으로 끝나지 않고 수치와 파멸의 수렁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온전한 회개를 통해서였다. 그런데 그 회개 또한 여호와의 은혜 안에서 가능한 반전이었다. 기드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삼손에게 있어서도 참다운 힘은 여호와에게서 왔다. 현실 너머로 현실의 경험 법칙을 뛰어넘는 초절주의(超絶主義)의 범례가 여기에 있다. 시인은 삼손의 비극을 두고 이렇게 경고한다. 지금도 ‘들릴라의 포도주’에 취해 ‘죽음의 늪을 향해 걸어가는 이’는 누구냐고.
-해설 :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