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초과 주담대는 ‘불가’… 유명무실해진 ‘저금리 갈아타기’

입력 2025-07-15 00:04

금융 당국이 윤석열정부 시절 가계의 빚 부담을 줄이겠다며 내놨던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대환) 서비스가 ‘6·27 대출 규제’ 여파로 사실상 중단됐다. 해당 규제에 대환 가능한 주담대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되면서다. 주담대 갈아타기 수요자들은 대부분 1억원을 초과하는 대출을 일으킨 차주(돈을 빌린 사람)들이어서 해당 서비스가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을 비롯한 은행권은 6·27 규제 시행 이후 다른 은행(타행)에서 받은 기존 주담대가 1억원을 넘는 차주의 대환이 불가능하도록 전산 시스템을 고쳤다.

규제에 따르면 소유권 이전 3개월이 지난 주택에 실행하는 주담대는 대환 시 ‘생활 안정 자금’ 카테고리로 분류되는데, 생활 안정 자금 목적 주담대는 1억원으로 제한된다. 같은 은행(자행) 내 다른 주담대 상품으로 대환은 가능하지만 이 경우 만기 30년 조건으로만 계약이 가능해 현재 35·40년 상품을 이용하는 차주는 갈아탈 이유가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집을 살 때 주담대를 1억원 이하로 빌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면서 “적어도 주담대에 있어 대환대출 인프라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2022년 11월 “저금리 상품으로 언제든 손쉽게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인프라’를 만들어 금융 소비자의 이자 부담을 경감하겠다”고 밝혔다. 이듬해 5월 신용대출을 시작으로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후 대환대출 인프라 이용 실적을 월별로 발표하고 2024년 1월에는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로 대상을 확대하는 등 서비스에 공을 들여왔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점검 회의’에서 금융위 실무자를 치하하기도 했다.

6·27 규제 이후에도 금융 당국은 가계대출 조이기에 신경을 쓰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반에 올해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적은 ‘리스크 관리 계획’을 오는 16일까지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모든 금융사는 6·27 대책에 따라 하반기 공급량을 애초 계획의 절반으로 줄여야 하는데, 이를 준수한 구체적인 월별 로드맵을 내놓으라고 한 것이다. 김병칠 금감원 은행·중소금융 담당 부원장도 이날 국내 은행 18곳의 이사회 의장을 소집해 대출이 부동산으로 쏠릴 경우 경제의 균질한 성장을 저해한다면서 “자금이 생산적 부문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금융 당국의 대출 관리에도 규제 이전 급증한 주담대 신청으로 가계대출 여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국은행은 주택 시장 과열의 여파로 가계대출이 오는 8~9월까지 우상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대출을 갈아타는 것은 신규 대출을 받는 개념이라 6·27 규제의 적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은 가계대출을 줄이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