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14일 사상 처음으로 12만 달러(1억6500만원)를 돌파했다. 미국 의회의 가상화폐 관련 법안 표결을 앞두고 정책 수혜 기대감이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한국시간 이날 오후 12시40분 1개당 12만 달러를 넘어섰다. 비트코인은 지난 10일 사상 최초로 11만2000달러를 돌파했고 연일 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최근 일주일간 약 12% 상승했다.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도 같은 기간 18% 올랐다.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 기대감이 가격 상승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미 하원은 이번 주를 ‘크립토 위크(Crypto Week)’로 지정하고 지니어스(GENIUS) 법안 등 3개 가상화폐 관련법을 집중 논의한다.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이지만 시장에선 코인을 정당한 금융 수단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는 긍정 평가가 많다. 법안 통과 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가상화폐 정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 아들은 지난해 9월 가상화폐 플랫폼을 출범시킨 데 이어 지난 3월 말 스테이블코인 ‘USD1’을 출시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미 달러화 등 실물 자산에 가치를 고정한 가상화폐다.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빠른 국제 송금과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지니어스법은 코인 발행 업체가 발행량에 상응하는 현금과 국채 등 자산을 1대1로 예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담보 요건을 강화해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되면 미 국채 수요 증가와 달러 지배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한다. 스테이블코인과 비트코인은 성격이 다르지만 시장에선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에 편입되면 시장 전반의 유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게임스탑, 테슬라,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등 미국 기업의 비트코인 구매도 가격 상승의 새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기관투자가 자금 유입도 상승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IG마켓 애널리스트 토니 시카모어는 로이터통신에 “12만5000달러선은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일부 애널리스트는 지속적 상승에 완전히 확신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한 분석가는 블룸버그에 “거시경제 요인에 따른 상승이 아닌 단발성 이벤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