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사진)이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끝내 강등됐다.
페르난도 모랄레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지난 13일(한국시간) 일본 지바에서 열린 VNL 3주 차 마지막 경기에서 프랑스에 0대 3(17-25 19-25 21-25)으로 완패했다. 이로써 이번 대회를 1승 11패(승점 5점)로 마무리했다. 한국과 동률이던 태국이 캐나다를 상대로 풀세트 접전 끝에 승점 1점을 확보하면서 결국 한국은 꼴찌로 추락했다.
VNL 강등이 확정되면서 당장 내년부터 세계 무대에 나설 수 없게 됐다. VNL 하위리그 성격인 챌린저컵이 이번 시즌을 앞두고 폐지됐고, 세계선수권대회는 격년제로 열려 이듬해 개최되지 않는다. 한국이 다시 VNL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선 최대한 순위를 끌어올려야 하지만 현재 세계 랭킹 37위로 갈 길이 멀다.
한국 여자배구의 추락은 예견된 일이었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일궈낸 4강 신화를 끝으로 김연경, 양효진 등 황금 세대가 은퇴하며 암흑기를 맞았다. 지난 2022∼2023년 대회에선 2년 연속 12전 전패라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해엔 2승을 거둬 간신히 최하위를 피했으나 올해 결국 최악의 결과를 맞게 됐다.
최천식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김연경 은퇴 이후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루지 못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어 “일본은 초·중·고 배구팀이 수천 개에 달하지만 한국은 수십 개에 불과해 인재풀이 작다. 유소년팀 확대와 전폭적인 시스템 지원 등 저변 확대가 시급하다”며 “혼혈 선수의 대표팀 합류 등 문호 개방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당장 남미·유럽 강호들과의 실전 경험이 사라진 점이 가장 큰 손실이다. 대한배구협회 관계자는 “오는 8월 진주에서 열리는 컵 대회에 아르헨티나와 체코 등을 초청해 국제 감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물러설 곳이 없다는 각오로 배구계 전체가 재도약을 위해 기반부터 다지겠다”고 말했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