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 뛰는 데이터센터 산업… 갈 길 먼 한국

입력 2025-07-15 00:46

생성형 인공지능(AI) 바람을 타고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고효율·친환경 중심의 자립 생태계를 조성해 데이터센터를 수출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14일 ‘AI가 촉발한 데이터센터 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 방안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정부 차원의 데이터센터 산업 육성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는 생성형 AI가 떠오른 2022년 이후 급속도로 불어나 지난해 2539억 달러(약 350조)를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는 2023년 3728억 달러였던 세계 데이터시장 규모 역시 2029년 67.4% 증가한 6241억 달러(약 863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국들은 이미 데이터센터를 국가 전략 산업 인프라로 지정하고 규제 완화, 기술 개발 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데이터센터 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84개로 세계 22위 수준이다. 한국은 최근 5년(2020~2024년)간 해외 데이터센터에 4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투자국 순위로는 29위에 머물렀다. 일본(75억 달러)과 중국(60억 달러)은 물론 인도(11억 달러)와 멕시코(6억8500만 달러) 등에도 한참 못 미쳤다.

보고서는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AI 반도체, 전력 인프라 기술, 냉각 시스템을 중심으로 데이터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하이퍼스케일(초거대형)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국내 스타트업의 핵심기술인 저전력 AI칩 NPU(신경망처리장치)를 기반으로 한 엣지(소형) 데이터센터 등 틈새시장 공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 구축도 주문했다. 현재는 AI와 데이터센터 관련 정책이 다수 부처에 분산돼 있는데, ‘K-데이터센터’를 육성하기 위한 기술·전력·입지·세제 등을 총망라하는 정책 체계와 총괄 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산 AI 반도체 탑재 유도 및 인센티브 제공, 실증 결과물이 수출로 이어질 수 있는 전주기 지원 확대도 제안했다.

진실 무협 선임연구위원은 “데이터센터는 클라우드·AI 서비스, 설계·시공·운영의 통합 인프라, 반도체·냉각장비·전력기기 등 연관 부품까지 생태계 전반을 동반 수출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며 “한국도 데이터센터를 국가 디지털 역량의 핵심 기반이자 전략적 안보 자산으로 인식하고 수출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