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백령도서 무인기 7대 북파… 6대는 김정은 관저 향해”

입력 2025-07-14 18:35 수정 2025-07-15 00:11

윤석열정부 당시 군이 12·3 비상계엄을 1~2개월 앞두고 서해 백령도에서만 최소 3차례에 걸쳐 대북전단을 실은 무인기 여러 대를 북파했다고 더불어민주당이 밝혔다. 민주당은 무인기 비행경로와 최종 목표 등 세부 정황상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내란 특검’ 수사에 발맞춰 윤석열정부의 외환유치 의혹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의 외환 유치 정황이 점차 사실로 입증되고 있다”며 “드론작전사령부는 최소 3차례에 걸쳐 7대의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김용대 드론사 사령관 지시로 지난해 10월 3일에 2대, 닷새 뒤인 8일에 4대, 11월 13일에 1대가 백령도의 드론사 예하 부대에서 북파됐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또 10월 두 차례에 걸쳐 보낸 무인기 6대가 평양 ‘15호 관저’ 일대를 향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평양 중심부에 위치한 15호 관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주거 시설로 알려졌다. 이 중 5대만 돌아왔고 1대는 복귀하지 않았다. 북한은 당시 평양에 한국발 무인기가 침투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추락 잔해의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13일 보낸 1대는 남포로 날아갔다. 남포는 남쪽으로 대동강과 접해 있는 항구도시로 북한의 잠수함 기지 등이 있다.

김 최고위원은 일련의 비행을 통상적인 군사 작전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특히 3차 비행의 경우 발각 위험이 큰 군사시설 밀집 지역을 통과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 대를 날린 뒤 2~3시간 뒤에 다음 기체를 보내려 했고, 군사시설 밀집 지역에서 오히려 고도를 낮추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군이 해당 작전을 통해 북한의 대응을 유도하려던 것으로 본다. 전단 살포용 통을 부착한 만큼 정찰 및 정보 수집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 주민 대상 선전 목적으로 보기엔 살포 지점이 부적합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심리전 용도라면 대중이 많은 지역에 전단을 뿌리는 것이 통상적”이라며 “관저와 주요 시설, 군 기지 등지로 보낸 것은 외환 유치를 위해 꾸민 작전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우리 생각보다 전쟁이 훨씬 가까이 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도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무인기·유인기로 북한 동향을 살피는 것이 불법이냐’는 취지의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답했다. 군의 작전 좌표 등 민감 정보를 공개할 땐 주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한·미 연합훈련 때 들어온 장비·동선을 다 공개하는 건 아니지 않으냐. 위법 소지도 따져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송경모 송태화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