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완성까지 10년… ‘그게 되겠냐’ 주변 시선 힘들었다”

입력 2025-07-15 01:14
1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장성호 감독은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재개봉을 한다고 들었다. 한 해에 두 차례 개봉하는 건 이례적”이라며 “미국 관계자가 이제 크리스마스에 ‘나 홀로 집에’ 그만 보고 ‘킹 오브 킹스’를 보면 되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모팩스튜디오 제공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기생충을 넘어선 영화 ‘킹 오브 킹스’가 드디어 국내 관객과 만난다.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상 유례없는 흥행을 일궈낸 장성호(55) 감독은 14일 “미국 시사 때는 담담했는데 한국 개봉을 앞두니 긴장이 많이 된다”며 “기대 반 걱정 반”이라고 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장 감독은 “미국과 달리 국내 관객 반응을 예측하기 어렵다. 단순 애니메이션으로 볼 수도 없고, 종교 콘텐츠로만 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미국 콘텐츠도 아니다. 극장 측도 관객 수요를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킹 오브 킹스’는 상업영화로서 보기 드문 도전이다. 영화는 영국 대문호 찰스 디킨스가 막내아들 월터에게 예수 탄생과 부활에 대해 들려주며 2000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내용이다. 북미에선 누적 수익 6030만 달러(약 830억원)를 넘기며 ‘기생충’(5384만 달러)을 제치고 역대 한국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영화 속 한 장면. 모팩스튜디오 제공

제작·각본·연출을 모두 맡은 장 감독은 “미국은 기독교 콘텐츠가 많이 만들어지는 나라임에도 상업권 주요 작품이 나온 게 27년 만이었고, 이렇게 성공한 사례는 처음이라고 한다”며 “크리스천이 아닌 일반인이 봐도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는데, 그 의도가 적중했다”고 말했다.

2015년 작품 기획부터 완성까지 걸린 10년을 장 감독은 “고난의 시간”이라고 돌이켰다. 그는 “주변에서 ‘그게 되겠냐. 회사 말아먹는 거 아니냐. 무모한 망상’이라며 기운 빠지는 얘기만 했다”며 “제작비 등 현실적 어려움도 있었지만, 심리적으로도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국내 1세대 시각특수효과(VFX) 제작사 모팩스튜디오 대표인 장 감독은 30여년간 쌓아온 VFX 노하우를 모두 쏟아부었다. 그는 “비주얼 완성도만큼은 자신 있었다”며 “미국 시장에서 기독교 콘텐츠가 실패한 전례가 없었기에 할리우드 수준의 퀄리티로만 만들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배우 케네스 브래너, 우마 서먼 등 화려한 미국판 목소리 연기 출연진 캐스팅은 디즈니 16년 근무 경력의 캐스팅 보이스 디렉터 제이미 토마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은 오롯이 ‘작품’을 보고 참여를 결정했다. 한국판 더빙을 한 이병헌, 진선규, 이하늬, 양동근 등도 마찬가지였다.

사비를 털고 투자자를 수소문해 국내에서만 제작비 360억원을 마련했다. 장 감독은 처음엔 사업적 전략으로 시작했으나 나중엔 사명감으로 전환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 작품이 역사에 남을 것이고, 다음세대가 보게 될 것이라 생각하니, 무조건 완성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할리우드의 문을 연 셈이니 애니메이션을 계속해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라며 “이 성과를 기반으로 애니메이션에 관한 관심을 끌어오고 싶다는 희망을 품어본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