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이 학교 복귀를 선언하면서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가면 1년5개월을 끌어온 의·정 갈등은 한 고비를 넘기게 된다. 전공의들은 정치권과 접촉 빈도를 높이면서 9월 복귀를 타진 중인데, 특혜성 요구사항을 고수하고 있어 복귀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는 14일 국회에서 ‘중증·핵심 의료 재건을 위한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대전협은 이 자리에서 의·정 갈등 해결을 위한 요구안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협 관계자는 국민일보에 “최종 요구사항은 19일 임시대의원회 총회에서 의결을 거쳐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복귀가 가시화될 경우 가장 빠른 시점은 하반기 수련이 시작되는 오는 9월로 예상된다. 통상 수련병원 단체인 대한병원협회와 보건복지부는 상반기 모집에서 발생한 인턴·레지던트 결원을 7~8월 하반기 모집 때 충원한다. 지난 5~6월 상반기 모집 인원을 포함해 현재 수련 중인 전공의는 총 2532명이다. 따라서 수련병원은 하반기 모집에서 이론적으로 의·정 사태 이전 정원인 1만3531명의 81.3%인 1만999명을 뽑을 수 있다.
변수는 달라진 현장이다. 수련병원들은 사직 전공의가 떠난 빈자리를 진료지원(PA) 간호사로 충원했고, 이미 복귀해 수련받고 있는 전공의와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없이 돌아가는 시스템이 이미 구축됐기 때문에 당장 전공의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은 아니다”며 “오히려 인건비가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전협이 내놓은 까다로운 요구 조건도 걸림돌이다. 이들은 지난 6일 ‘필수의료패키지·의료개혁 실행방안 재검토’ ‘군 입대·입영 대기 전공의 수련 연속성 보장’ ‘수련 환경 개선’ 등을 복귀 선결조건으로 제시했다. 또 매년 2월 한 차례 치러지는 전문의 시험을 하반기에 추가로 시행해 달라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오는 9월 복귀하더라도 내년 2월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의사 특혜 논란이 일 수 있어 부담스러운 조건이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면 월급이 3~4배 늘기 때문에 속이 뻔히 보이는 요구”라면서 “한 차례 시험에 수십억원의 세금과 교수 수십명의 노고가 필요한 특혜를 이들에게 베풀 이유는 없다”고 비판했다.
전공의를 향한 시민사회의 반응도 싸늘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입장문에서 “정부는 원칙을 지키고, 특혜성 수련시간 단축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부적절한 집단행동을 정당화해주고 ‘버티면 이긴다’는 의료계의 그릇된 믿음을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귀는 조건 없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