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상호관세 최종 유예 시한(8월 1일)을 보름여 앞두고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규제 완화 등 문제가 핵심 대치 사안으로 떠올랐다. 미국이 쌀 시장 추가 개방 등 국내 농축산업계의 반발이 예상되는 민감한 주제를 압박하고 나서면서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대미 관세 협상을 총괄하는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시간에 쫓기지 않고 원칙적인 합의를 끌어내는 데 주력하겠다고 14일 밝혔다.
그동안 미국은 한·미 통상 실무협상 테이블에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규제 완화, 구글이 요청한 고정밀 지도 반출 등 비관세 장벽 조치 완화를 요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최후통첩 성격의 서한을 보내며 우리 정부의 수용을 요구했다. 한·미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양국 간 실효 관세율이 0%대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미국이 목표로 하는 건 비관세 장벽 해제로 풀이된다.
미국은 특히 “한국에만 있는 규제”라며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금지 규제 완화를 끌어내겠다는 의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 통상 실무 관계자는 “소고기 수입 문제는 미국 측에서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주요 이슈 중 하나”라고 전했다.
미국은 외교라인을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소고기 수입 규제 조치가 해제됐다고 하면 (미국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면을 세워주기 아주 좋은 상징적 이슈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일종의 ‘회유책’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소고기 수입 문제가 ‘레드라인’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 축산업계 반발이 워낙 큰 사안이어서 섣불리 양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008년 한·미 FTA 개정 당시에도 광우병 발생 우려로 국민 저항이 컸던 이슈라 국민 건강권 논란도 재차 불거질 수 있다.
정부는 “시간 때문에 실리를 희생하진 않겠다”고 강조하며 민감한 쟁점은 조심스럽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최종 협상 데드라인이 임박할 경우 소고기 월령 규제 조치 역시 협상 카드 중 하나로 논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 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간의 한·미 협의 경과를 설명하며 “(상호관세 25% 부과까지) 20일도 남지 않은 시간은 우리에게 선택과 결정의 시간”이라며 “이제 랜딩존(합의점)을 찾기 위한 주고받는 협상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미국의 비관세 장벽 완화 요구에 맞대응할 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 본부장은 농산물 분야에 대해선 일정 부분 양보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분명히 지켜야 할 부분과 우리의 제도 개선이나 경쟁력 강화, 소비자 후생 측면 등에서 유연하게 볼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산물 부분은 우리가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할 지점”이라며 “민감한 부분은 지키되 협상의 큰 틀에서 고려해야 할 점도 있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세종=양민철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