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30개월령 소고기’ 첨예 대치… 고심 깊은 정부

입력 2025-07-15 02:02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미 통상협의 관련 브리핑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그는 “(상호관세 부과까지) 20일도 남지 않은 지금은 우리에게 선택과 결정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상호관세 최종 유예 시한(8월 1일)을 보름여 앞두고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규제 완화 등 문제가 핵심 대치 사안으로 떠올랐다. 미국이 쌀 시장 추가 개방 등 국내 농축산업계의 반발이 예상되는 민감한 주제를 압박하고 나서면서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대미 관세 협상을 총괄하는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시간에 쫓기지 않고 원칙적인 합의를 끌어내는 데 주력하겠다고 14일 밝혔다.

그동안 미국은 한·미 통상 실무협상 테이블에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규제 완화, 구글이 요청한 고정밀 지도 반출 등 비관세 장벽 조치 완화를 요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최후통첩 성격의 서한을 보내며 우리 정부의 수용을 요구했다. 한·미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양국 간 실효 관세율이 0%대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미국이 목표로 하는 건 비관세 장벽 해제로 풀이된다.

미국은 특히 “한국에만 있는 규제”라며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금지 규제 완화를 끌어내겠다는 의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 통상 실무 관계자는 “소고기 수입 문제는 미국 측에서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주요 이슈 중 하나”라고 전했다.

미국은 외교라인을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소고기 수입 규제 조치가 해제됐다고 하면 (미국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면을 세워주기 아주 좋은 상징적 이슈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일종의 ‘회유책’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소고기 수입 문제가 ‘레드라인’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 축산업계 반발이 워낙 큰 사안이어서 섣불리 양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008년 한·미 FTA 개정 당시에도 광우병 발생 우려로 국민 저항이 컸던 이슈라 국민 건강권 논란도 재차 불거질 수 있다.

정부는 “시간 때문에 실리를 희생하진 않겠다”고 강조하며 민감한 쟁점은 조심스럽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최종 협상 데드라인이 임박할 경우 소고기 월령 규제 조치 역시 협상 카드 중 하나로 논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 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간의 한·미 협의 경과를 설명하며 “(상호관세 25% 부과까지) 20일도 남지 않은 시간은 우리에게 선택과 결정의 시간”이라며 “이제 랜딩존(합의점)을 찾기 위한 주고받는 협상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미국의 비관세 장벽 완화 요구에 맞대응할 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 본부장은 농산물 분야에 대해선 일정 부분 양보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분명히 지켜야 할 부분과 우리의 제도 개선이나 경쟁력 강화, 소비자 후생 측면 등에서 유연하게 볼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산물 부분은 우리가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할 지점”이라며 “민감한 부분은 지키되 협상의 큰 틀에서 고려해야 할 점도 있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세종=양민철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