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했는데”… 공포의 무대가 된 아파트 ‘84제곱미터’

입력 2025-07-15 00:54 수정 2025-07-15 10:08

“네가 평생을 바쳐서 갖고 싶었던 꿈이라는 게 정말 이런거야? 왜 사람들이 몇 억씩 주고 산 집에서 층간소음에 시달리고, 서로 원망하고 저주하고 죽이고 그러는걸까? 왜 똑바로 안 지을까? 누가 그렇게 빼돌리고 누가 그렇게 봐주는 걸까?”

우성(강하늘·사진)과 함께 층간소음의 원인을 파헤치던 윗집 남자 진호(서현우)가 말한다. 우성은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 서울 신축아파트에 보금자리를 마련했지만 대출 이자를 갚느라 관리비 내기도 버겁다. 식비를 아끼기 위해 회사 탕비실에서 몰래 먹을 것을 가져오고, 밤마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나간다.

무엇보다 그를 괴롭히는 건 정체 모를 층간 소음이다. 꼭대기층에 사는 입주자대표 은화(염혜란)는 “집값 떨어지지 않게 조용히 해결하자”고 회유한다. 얼마 뒤 우성은 층간 소음의 범인으로 몰리고, 집에선 층간 소음 증폭기가 발견된다.

오는 18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는 아파트 층간 소음을 소재로 한 스릴러물이다. 영화는 등장 인물들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 등을 통해 요즘 한국 사회의 우울한 단면을 드러낸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층간 소음은 개인 간 갈등에서 입주민 공동체, 기업, 사회 권력이 얽힌 복잡한 문제로 확대된다. 한국인이 집착하고 욕망하는 공간을 배경으로 선의보다는 각자의 금전적 이익에 따라 뭉치고 악행마저 저지르는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영화를 만든 김태준 감독은 14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우리나라 주택 80%가 공동주택인데 그 중 80% 이상이 아파트다. 우리나라 국민 80% 이상은 층간 소음을 겪는 환경에 처해있다”며 “공감대 높고 시의성 있는 소재인 층간 소음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이면의 이야기를 진하게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