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는 한 방 없고, 여는 모르쇠… ‘맹탕 청문회’

입력 2025-07-14 18:50 수정 2025-07-14 18:51
여성가족부, 해양수산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일부 등 4개 부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이재명정부 1기 내각 검증이 14일 막을 올렸다. 왼쪽부터 청문회장에 나온 강선우 여가부 장관 후보자, 전재수 해수부 장관 후보자,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모습. 최현규 이병주 기자

이재명정부 1기 내각 청문회 첫날 네 명의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청문회가 동시다발로 개최됐지만 여야는 헛심 공방만 지속했다. 증인도, 자료 제출도, 야당의 ‘한 방’도 없이 소리만 지르는 맹탕 청문회뿐이었다. 야당은 일부 후보자를 무자격자로 규정하며 지명 철회를 촉구했지만 대부분 의혹을 무시하다 청문회 하루만 버티자는 여당의 ‘모르쇠’ 전략에 속수무책으로 끌려갔다.

국회는 14일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정동영 통일부·전재수 해양수산부·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개최했다. 야당은 보좌진 갑질 의혹과 위장전입 의혹 등이 제기된 강 후보자를 향해 공세를 집중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강 후보자와 정 후보자, 이진숙 교육부·권오을 국가보훈부·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무자격 오적’으로 규정하고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날 청문회에서 국민적 궁금증은 하나도 해소되지 못했다. 언론에 강 후보자의 갑질 의혹을 제보한 전직 보좌진 등 핵심 증인들은 여당 반대로 증인으로 채택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후보자 청문회에는 증인이 단 2명 채택(1명 출석)됐고, 전 후보자 청문회에는 참고인 단 1명만 채택됐다. 나머지 두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증인과 참고인이 한 명도 없었다. 야당은 후보자들의 자료 제출도 50% 수준을 밑돈다고 반발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장관 후보자들은 자료 제출도, 증인 채택도 없는 맹탕 청문회를 만들어 하루만 버티면 된다는 김민석 총리식 침대축구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야가 시작부터 자료 제출 등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일부 청문회는 파행을 빚었다. 야당에서 ‘갑질 왕 강선우 OUT’이라는 문구를 붙이고 청문회에 들어오자 여야는 쓸데없는 ‘피켓 공방’으로 청문회를 열었다. 배 후보자 청문회 역시 야당이 최민희 과방위원장의 방송3법 강행 처리에 반발하며 파행됐다. 청문회 도중 고성을 주고받는 일도 다반사였다. 야당 의원이 후보자를 몰아세우면, 여당 의원은 정책 검증에 집중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더불어민주당은 ‘낙마는 없다’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낙마에 이를 만한 중대한 결격 사유가 없고, 청문회에서 소명할 수 있다는 게 대체적 기류다. 이후 국민 여론 추이를 지켜보며 낙마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만약 낙마자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최초의 ‘낙마 제로’ 내각으로 기록된다. 인사청문 대상이 국무위원 후보자로 확대된 2005년 이후 출범한 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정부의 초대 내각에서는 매번 세 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다.

국회는 오는 18일까지 장관 후보자 16명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매일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지명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김판 성윤수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