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의 부처 장관 및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치러지는 ‘청문회 슈퍼 위크’가 14일 시작됐지만 첫날부터 곳곳에서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 정책능력 검증보다는 정치 대립이 앞섰고, 피켓 시위와 설전으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다. 청문회를 하면 할수록 정치 혐오와 청문회 무용론만 키우는 게 아닌지 여야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
특히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파행은 우리 정치가 얼마나 소모적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선 국민의힘 의원들이 ‘최민희 독재 OUT! 이재명은 협치하라’고 적힌 문구를 내걸자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곧바로 산회를 선포했다. 1시간여 뒤 재개됐지만 최 위원장의 문구 제거 요구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해 퇴장하며 14분 만에 또 정회됐고 결국 오후 1시까지 정상적인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국회 직원들이 “글씨를 떼라”는 최 위원장 지시와 “손대지 말라”는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 곤욕을 치렀다. 그렇게 후보자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로 오전 청문 시간을 다 날린 것이다.
‘보좌관 갑질’ 의혹이 제기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도 시작되자마자 정회하고 설전을 주고받는 등 충돌로 시작했다. 국민의힘 보좌관들이 청문회장 앞에서 ‘갑질 장관 사퇴하라’고 외쳤고, 회의장 안에선 국민의힘 의원들이 ‘갑질왕 강선우 OUT’ 등의 글씨를 노트북에 붙인 채 맞이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이 항의하고, 야당이 맞서면서 30분 가까이 파행됐다. 이후 속개됐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문구를 떼지 않자 이번에는 여당 의원들이 ‘내란정당 아웃 발목잡기 스톱’ 문구를 노트북에 붙여 맞대응하며 30분을 또 흘려버렸다.
18일까지 하루 네댓 건씩 치러지는 청문회가 계속 이런 식이어선 곤란하다. 정치 투쟁이나 여야 의원들 간 감정 대립이 아닌 공직 후보자의 정책과 자질을 검증하는 장으로서 청문회 기능이 속히 회복돼야 한다. 야당은 파행이 아닌 정상적인 청문회를 거칠 때 오히려 자질이 부족한 후보자가 왜 낙마해야 하는지 더 잘 드러나고, 국민에게도 그 이유가 더 잘 전달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여권도 ‘방탄 청문회’를 하면 할수록 인사 검증에 실패했음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임을 유념해야 한다. 무엇보다 내 편이라고 마냥 방어만 할 게 아니라 여권이 먼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직 후보자인지 옥석을 가릴 때 나중에 더 큰 혼란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