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가는 길… 휴게소 대신 소문난 ‘영성 충전소’ 가볼까

입력 2025-07-15 03:00
생활여가연구소 제공

여름휴가 시즌이 성큼 다가왔다. 이달 중순 이후엔 초중고 여름방학도 시작된다. 올여름 휴가길에는 고속도로 휴게소 대신 '영성 충전소'에서 쉬어가는 건 어떨까. 옥성삼 생활여가연구소장과 올여름 방문해봄 직한 고속도로 인근 여가 공간을 정리했다. 휴양지를 오가는 길, 영적으로 재충전할 공간이 성도들을 기다리고 있다.

경기도 광주에서 강원도 원주를 잇는 광주원주고속도로 옆. 동양평IC에서 단석저수지를 끼고 차로 5분만 가면 닿는 곳. 경기도 양평 양동면에 있는 ‘C아트뮤지엄’은 고속도로 옆 미술공원이다. 공원은 성신여대 명예교수를 지낸 정관모(1937~2023) 장로가 2006년 조성했다.

경기도 양평 C아트뮤지엄의 예수 그리스도 얼굴상.

14일 찾은 C아트뮤지엄엔 고속도로 위 차들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올여름 처음 듣는 매미 울음이 어우러졌다. 안내데스크에 들어서면 이곳에서 학예사로 일하는 김영후 박사가 손님을 맞이한다. 그는 “22만㎡(6만7000평)에 달하는 공원 곳곳에서 야외 700여점, 실내 1000여점 등 총 1700여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며 “공원의 중심 작품인 ‘예수상’을 꼭 보고 오라”고 권했다.

휴양림처럼 조성된 ‘골고다 언덕길’을 천천히 오르면 5분 만에 가시면류관을 쓴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상을 마주하게 된다. 22m 넘는 작품은 한번 녹슨 상태에서 다시 녹슬지 않는 코르텐스틸로 만들어졌다. 예수상을 받치는 기단부엔 초대교회 박해 당시 기독교인들의 피신처이자 예배처소로 쓰인 지하동굴 ‘카타콤’을 재현해 놨다. 카타콤으로 한두 걸음을 내디디면 흰 대리석에 앉아 나무 십자가를 바라보며 기도할 수 있는 6개의 작은 골방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날 C아트뮤지엄에선 휴가를 맞아 단체로 이곳을 찾은 부부 4쌍을 만날 수 있었다. 경기도 파주 하늘샘교회에 출석 중이라는 홍신자(58) 집사는 “카페나 펜션에서 맛있는 걸 먹으며 여유를 누리는 것도 쉼이지만 이렇게 걸으면서 믿음의 길을 돌아보니 영적으로 재충전이 된다”며 “고속도로와 인접해 있어 접근성도 좋아 교인들과 함께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 제이의서재. 제이의서재 제공

책과 함께 쉼을 누릴 수 있는 작은 교회도 있다. 유성IC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대전 제이의서재는 제이교회(김경식 목사)가 주일엔 예배 공간으로, 평일엔 공유 서재로 운영하는 문화공간이다. 서가엔 책 3000여권이 빗질해 놓은 듯 색깔별로 정리돼 있다. 책은 신앙 서적부터 인문학 서적, 만화책까지 다양하다. 서재 이용료는 1시간에 1000원. 첫 방문자에겐 그마저도 받지 않는다. 이용객 모두에겐 핸드드립 커피가 무료로 제공된다.

강원도 평창 대관령IC에서 차로 1분 거리에 있는 실버벨교회. 국민일보DB

강원도 평창 실버벨교회 역시 고속도로를 달리다 잠시 쉬어갈 만한 명소다. 대관령IC에서 차로 1분이면 가는 이곳은 24시간 환한 불빛으로 지친 여행객을 맞이한다. 예배당 내부엔 40여명이 앉아 기도할 수 있는 장의자가 놓여 있고, 강대상과 피아노도 갖춰져 있다.

충북 옥천 천상의 정원. 생활여가연구소 제공

옥 소장은 “앞선 곳들과 견줘 고속도로 접근성이 비교적 떨어지지만 올여름 충북 옥천의 ‘천상의 정원’도 방문해보길 권한다”고 전했다. 해마다 20만명 이상이 찾는 천상의 정원은 지난해 10월 산림청이 국민과 함께 뽑은 ‘아름다운 민간정원 30선’에 선정된 곳이다. 벼랑 위 산책로를 지나면 5㎡ 크기의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당’을 만날 수 있다. 너무 붐비지 않는 곳에서 영적 재충전을 경험할 수 있다.

옥 소장은 “21세기 피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겐 쉼과 안식, 치유와 성찰의 공간이 꼭 필요하다”며 “큰 비용이나 거창한 계획이 없어도 이런 문화공간에서 누리는 짧은 쉼이 현대인의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평=글·사진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