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너무 막지 말라” 출퇴근길 교통 신호 지키는 대통령

입력 2025-07-14 18:47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오후 충북 청주시 오송읍을 찾아 2023년 7월 15일 내린 폭우로 침수돼 14명이 사망한 궁평2지하차도 사고 현장을 둘러보며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주=김지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용산 대통령실로 출퇴근 이동 시 다른 차량과 같이 교통신호를 지키는 것으로 파악됐다. 역대 대통령 중 교통 통제 없이 다니는 것은 이 대통령이 처음이다. 출근시간대 시민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점에 긍정적 평가가 나오지만 경호 측면에선 어려움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취임 직후 “앞으로 대통령 출근한다고 길을 너무 많이 막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저도 과거 아침에 출근할 때 너무 불편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경우 같은 출퇴근 경로를 이용하며 교통을 통제해 삼각지역 인근 차량 정체가 극심했었다. 이에 대통령경호처가 ‘교통 통제 구간 최소화’ 방침을 정하면서 이 대통령도 교통신호를 지키며 출퇴근하고 있다. 교통 통제 없는 출퇴근길은 이 대통령이 청와대에 복귀할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경호 측면에서는 우려가 있다. 대통령이 교통 통제를 하며 신속히 이동하는 것은 저격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다. 정차하지 않고 계속 이동하는 게 기본 규칙이다. 또 정차 중 인근 차량 등을 통한 위협도 배제할 수 없다. 군사정권 종식 후 김영삼 전 대통령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도 친근하고 낮은 경호를 표방했다. 정권 초기엔 차로 통제 범위를 줄이는 등 일부 조치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위험 탓에 정권이 1년만 지나도 원상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을 두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연단 높이를 낮추고 참석자와의 거리를 최대한 좁히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추첨 등으로 무작위로 행사 참석자가 선정되는 탓에 신원 파악이 어려운 면이 있다. 이 대통령은 오는 18일 부산에서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 시대 준비’ 토론회를 주재하는데 이 역시 SNS 공개 모집으로 일반 시민을 초청한다.

한 전직 경호업계 관계자는 14일 통화에서 “대통령 참석 행사의 경우 과거 신원조사 등을 거쳐 위험인물을 사전에 걸러내기도 했는데, 무작위 입장하는 경우 경호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 확보가 최우선인 경호는 본질적으로 불편한 것”이라며 “테러는 항상 어디에서든 벌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충북 진천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5급 신임 관리자 과정 교육생’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며 공직자의 청렴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저는 부패한 사람이라는 온갖 음해와 공격을 당했지만 사실 정말 치열하게 제 삶을 관리해 왔다”며 “돈은 마귀다. 하지만 절대 마귀의 얼굴을 하고 나타나지 않고 가장 아름다운 천사, 친구, 친척, 애인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커피라도 한잔’ ‘골프라도 한번’ 권유를 하다 결국 유흥주점도 같이 간다”며 “이를 조심하면 여러분 인생이 편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동환 윤예솔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