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으로 평가받던 첼시(잉글랜드)가 유럽챔피언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을 완파하고 세계 최강 팀 자리에 올랐다.
첼시는 14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 메트라이프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결승전에서 PSG를 3대 0으로 제압했다. 2021년 대회에 이어 4년 만에 거둔 두 번째 우승이다. 특히 올해 새롭게 개편되며 역대급 돈잔치가 벌어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총 1억2950만달러(약 1785억원)의 상금을 거머쥐게 됐다.
대회 초반만 해도 첼시의 우승을 점치는 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첼시는 조별리그 2승 1패 조 2위로 16강에 올랐고, 벤피카(포르투갈·4대 1)와 파우메이라스(브라질·2대 1), 플루미넨시(브라질·2대 0)를 차례로 물리쳤다. 마침내 결승 무대에선 5관왕을 눈앞에 둔 PSG까지 주저앉혔다.
결승전의 주인공은 원맨쇼를 펼친 23세 공격수 콜 파머였다. 콜 파머는 전반 중반 8분 사이에 두 골을 몰아치며 경기 흐름을 완전히 가져왔다. 전반 막판에는 ‘이적생’ 주앙 페드루에게 침투 패스를 건네 쐐기골을 도왔다. 대회 최우수선수로 골든볼을 들어 올린 파머는 “정말 기분이 좋다. 경기를 앞두고 모두가 우리의 승리를 의심했기에 더 특별하다”고 말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와 자국 대회를 휩쓸며 영광의 시즌을 보낸 PSG는 이날 경기가 풀리지 않자 스스로 무너졌다. 경기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후반 40분 미드필더 주앙 네베스가 첼시 수비수 마크 쿠쿠렐라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양 팀 선수들이 충돌하자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페드루의 목을 밀쳐 쓰러뜨려 징계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이강인은 이날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벤치를 지켰다. 이강인은 이번 대회에서 7경기 중 4경기에 교체 출전했다. 10~20분간의 짧은 출전에도 첫 경기에서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1골을 기록했고, 준결승전에서도 골에 기여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시상식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례적 행동으로 빈축을 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회 개최국 대통령 자격으로 경기를 관람한 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시상대에 올랐다. 통상 우승 트로피와 메달을 전달한 뒤 자리를 비켜줘야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끝까지 첼시 선수들과 우승 세리머니를 함께 해 선수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