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에 맞서 정면 돌파에 나섰다. 핵심은 가격 안정, 신차 효과, 현지 생산 능력 확대로 이어지는 ‘3박자 대응’이다.
14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미국 법인은 오는 9월 2일까지 19개 차종에 대한 할인 정책을 연장했다. 싼타페는 최대 3500달러, 팰리세이드는 2750달러, 아이오닉 시리즈는 7500달러까지 할인된다. 이는 경쟁사들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토요타, 스바루, 포드 등이 차량 가격을 잇따라 인상한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가격 동결’ 기조를 유지할 뿐 아니라 공격적인 할인에 나선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상반기에 효과를 봤다. 현대차·기아는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89만3152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 포인트 오른 11.0%에 이르렀다.
하반기 신차 공세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현대차는 2세대 완전변경 모델 ‘디 올 뉴 팰리세이드’와 부분변경 모델 ‘더 뉴 아이오닉6’를, 기아는 K3의 후속이자 고성능 트림이 포함된 ‘K4 해치백’을 선보인다. 미국 시장에서 검증된 스테디셀러라는 게 공통점이다. 팰리세이드는 2019년 출시 이후 누적 판매 50만대를 돌파했고, 아이오닉6는 2023년 초 출시 후 3만1000대가 판매됐다. K4의 전신인 K3는 누적 152만8000대가 팔린 장수 모델이다. 신형 팰리세이드엔 하이브리드 모델이 처음 추가돼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하이브리드는 최근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성장세를 견인한 핵심 동력이다. 상반기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하이브리드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45.3% 증가한 13만6180대를 기록했다.
미국 내 생산 확대도 추진한다. 조지아주 엘라벨에 있는 현대차그룹 메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 능력을 현재 연간 30만대에서 50만대로 증설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생산 능력은 기존 103만대에서 123만대로 늘어나게 된다. 기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의 가동률이 100%에 육박하는 만큼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 HMGMA의 증산이 필수적이다.
HMGMA에서는 아이오닉5, 아이오닉9 등 전기차만 생산하고 있으나 향후 기아, 제네시스, 하이브리드 모델 등으로 생산 차종을 다변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관세 부담을 회피하면서도 현지 소비자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기조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DB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토요타와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3사는 5% 안팎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으나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판매 가격 인상을 최대한 늦출 것”이라며 “연말까지는 시장 점유율 확대 전략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