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갈래 분열한 교회가 향할 길은 결국 ‘하나됨’

입력 2025-07-16 03:07
선교 140주년 기획 ‘복음, 땅끝에서 피어나다’는 1부 ‘이 땅에서 자란 복음의 열매’ 2부 ‘복음 들고 땅끝으로’ 시리즈를 통해 우리나라에 심긴 복음, 그리고 세계로 뻗어 나가는 복음의 결실을 살펴봤다. 3부 ‘이제는 통합이다’에서는 우리에게 복음을 전한 서구 교회들이 연합을 통해 성숙의 길에 들어선 사례를 통해 한국교회 화합의 길을 모색한다.

캐나다연합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이 지난달 8일 캐나다 뉴펀들랜드 세인트존스의 고어 스트리트 연합교회에서 진행된 100주년 기념예배에 참여해 찬양하고 있다. 세계교회협의회 제공

지난달 8일 캐나다 뉴펀들랜드 세인트존스의 고어 스트리트 연합교회(Gower Street United Church)에서 캐나다연합교회(UCC·United Church of Canada) 100주년 기념 예배가 진행됐다.

1925년 6월 10일 캐나다 토론토 뮤추얼 스트리트 아레나에서 흩어져 있던 캐나다 감리교회를 비롯해 회중교회와 장로교회의 70%가 한 우산 아래 모였다. 이 일은 교파 간 벽을 허물고 신앙의 일치와 협력을 실현한 최초의 대규모 교회 연합으로 기록됐다. 하나였던 교회의 본 모습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도 평가된다. 창립 당시 캐나다 전역의 2500여개 교회와 200만명이 넘는 교인이 UCC 공동체의 일원이 됐다.

UCC 100주년 기념 예배는 캐나다는 물론이고 세계교회의 잔치와도 같았다.

이 자리에서 제리 필레이 세계교회협의회 총무는 “UCC는 세계교회 역사 속에서 예언자적 증언의 유산을 남겼고 연합을 통해 세상 속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희망의 근원이 되고 있다”면서 “연합한 교회는 정의와 평화, 화해를 선포해야 하고 이웃의 아픔에 침묵하거나 방관하지 말고 진실을 말해야 한다”며 교회 본연의 사명을 강조했다.

기념 예배에서는 화해의 메시지도 남겼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캐나다 교회들은 북아메리카 원주민인 모호크족 어린아이들을 기숙학교에 입소시킨 뒤 강제로 문명화 교육을 시키는 일을 저질렀다. 예배에선 원주민 공동체의 언어와 신앙을 존중한다는 의미로 ‘모호크어 성경’ 헌정식을 진행하면서 화해의 손길을 건넸다.

이처럼 연합은 하나였던 교회로 돌아가기 위한 몸부림이면서 화해와 평화를 바라는 구체적 행동의 표현이다.

1977년 창립한 호주연합교회(UCA·The Uniting Church in Australia)도 연합의 모범 중 하나로 꼽힌다. 감리교와 회중교회, 장로교 등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조직된 UCA는 창립 이후 여성안수를 비롯해 호주 원주민과 화해, 정의와 평화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캐나다와 호주 연합교회는 모두 우리나라에 복음을 전했던 어머니 교회라는 공통점이 있다.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했던 연동교회 초대 담임목사 제임스 S 게일 목사가 대표적인 캐나다 장로회 소속 선교사다. 경남 지역에서 주로 활동한 호주 장로교와 감리교 선교사들도 교회와 학교, 병원을 세우며 다양한 선교를 펼쳤다.

서구교회의 연합 사례는 또 있다. 미국 교회들은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 찬반과 교회 정치 문제 등으로 분열했었다. 먼저 연합한 건 감리교회였다. 1939년 하나의 교회가 된 미국의 감리교회는 1968년 복음연합형제교회와도 연합하면서 지금의 ‘미국연합감리교회(UMC)’로 자리 잡았다. 오랜 기간 남북 장로교회로 갈라져 있던 미국의 장로교회도 1983년 연합해 지금의 미국장로교(PCUSA)로 재출범했다.

전 세계에는 연합과 일치의 여정에 나선 교회들이 의외로 많다. 이들 교회는 서로 다른 신앙고백과 전통을 지니고 있지만 하나의 조직 아래 연합하겠다는 정신을 공유하고 있다.

UCC처럼 ‘연합한(united)’ 교회만 해도 50여개에 달한다. 이들 교회는 2개 이상 교회가 신학적 차이와 조직적 경계를 넘어 하나의 교회로 완전 통합한 경우를 말한다. UCC가 연합한 교회라면 UCA는 ‘연합하는(uniting)’ 교회의 대표다. 이들은 연합을 향한 여정 중에 있는 교회를 의미하는데 전 세계에 40여개 교회가 여기에 해당한다.

갈라진 교회가 하나가 되는 건 가장 복음적인 사명 중 하나다. 요한복음 17장 21절 “아버지여, 아버지께서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 같이 그들도 다 하나가 되어 우리 안에 있게 하사 세상으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믿게 하옵소서”가 교회 연합을 위한 나침반이다.

세계교회협의회는 “각기 다른 교파가 각자의 정체성을 내려놓고 ‘케노시스(자기 비움)의 교회론’에 따라 새롭게 하나의 교회로 거듭나는 게 연합”으로 규정하면서 “1937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열린 신앙과직제 세계대회에서의 ‘유기적 연합’, 1975년 세계교회협의회 나이로비 총회에서 규정한 ‘진정으로 연합된 지역교회’ 등을 통해 가시적 일치를 향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연합을 규정했다.

이 같은 세계적 추세는 한국교회에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8년 발표한 ‘한국의 종교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374개의 교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종화 경동교회 원로목사는 14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분열할수록 성장했던 역설적인 경험을 가진 한국 교회에 남은 과제는 연합을 통한 성숙의 길을 걷는 것”이라며 “이제는 차이를 넘어 원래 하나였던 교회를 바라며 화합의 길을 걷자”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