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암’ 환자가 환우에 전한 특별한 나눔

입력 2025-07-15 03:03
남상신 대전반석교회 장로가 지난 3월 대전 동구의 교회 집무실에서 교회 일지를 작성하던 모습. 교회 제공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말기 폐암 환자가 같은 병을 앓는 이들을 위해 전한 따뜻한 나눔이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남상신(71) 대전반석교회(박정민 목사) 은퇴 장로다.

남 장로는 지난 9일 자신이 입원 중인 대전한방병원 동서암센터(센터장 조정효 교수)에 발전기금 1000만원을 기부했다. 자신 역시 암 투병을 하는 중에 비슷한 병을 앓는 다른 이들이 더 나은 치료와 따뜻한 돌봄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나눔이었다.

병세로 인해 의사소통이 어려운 남 장로를 대신해 37년 동안 신앙의 길을 함께 걸어온 대전반석교회 박정민 목사가 그의 이야기를 전했다. 박 목사는 지난 12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장로님은 2년 전 폐암 진단을 받은 후 자신의 병세를 차분히 받아들였다”면서 “자신이 체력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항암치료를 받지 않고, 남은 시간을 평안하게 보내기로 했다. 생명을 하나님께 온전히 맡기고 마지막 순간까지 하나님 뜻에 순종하겠다는 깊은 신앙의 결단이었다”고 말했다.

남 장로는 평생을 초등교육에 헌신하며 살아왔다. 교육 현장에서 늘 성실하게 아이들을 돌본 그는 학생들에게는 따뜻한 선생님, 학부모들에겐 신뢰받는 교사였다고 한다. 박 목사는 “남 장로님이 6학년 담임을 맡으면 그 반에서 늘 중학교 수석 입학 학생이 나올 정도였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남 선생님만은 절대 다른 학교로 전근 보내지 말아 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면서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맡은 역할을 언제나 성실히 감당해 내던 참된 교육자였다”고 회고했다.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남 장로님은 오랜 세월 교회 재정부장 직분을 맡아 하나님의 뜻에 따라 교회 재정이 정직하고 투명하게 사용되도록 늘 세심하게 살폈습니다. 작은 지출 하나까지도 허투루 넘기지 않았어요. 말보다 삶으로 믿음을 드러내는 분이었기에 성도들에게는 언제나 본이 되는 신앙인이었습니다.”

최근 남 장로는 몸무게가 34㎏까지 줄어드는 등 눈에 띄게 쇠약해졌다. 뼈만 남은 듯한 몸으로 숨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운 상황이지만 그는 천국을 소망하며 언젠가 예수님의 부활에 동참하게 될 그날을 믿음으로 고대하고 있다.

박 목사는 “건강할 때는 주사도 무서워할 만큼 겁이 많았던 분인데 병세가 깊어지는 동안 단 한 번의 원망이나 불평이 없었다. 오히려 죽음은 끝이 아니고 생명은 하나님께 달려 있다는 확신의 고백을 내게 들려줬다”고 말했다. 이어 “평생 배워 온 말씀을 삶으로 실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남 장로님은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그걸 몸소 보여주고 있다”면서 “그 믿음을 끝까지 응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대전한방병원 관계자는 “남 장로님의 진심 어린 후원에 깊은 감사를 표하며 기부금을 암 환자 치료와 지원 사업에 소중히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