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수 칼럼] 새벽총리의 새벽기도

입력 2025-07-15 00:50 수정 2025-07-15 00:50

18년 고난과 총리 된 것 모두
하나님 은혜라는 그의 고백

요셉처럼 경제위기 극복하고
나라 위해 헌신하는 총리 되길

대통령 부담 덜어주고 궂은 일
도맡는 책임총리 역할도 기대

김민석 총리가 새벽총리가 되겠다는 말을 했을 때 새벽기도가 먼저 떠올랐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가 몇 년째 새벽기도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새벽기도를 다니고 있는 나의 경우 신앙심이 깊어서가 아니라 새벽잠이 없어서 간다. 하지만 김 총리에게 새벽기도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깊은 좌절과 고통의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전학련 초대 의장 출신인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1996년 32세 때 15대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16대 총선 때 재선된 이후 큰 꿈을 펼쳐 나가는 주목받는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을 탈당해 정몽준 후보 캠프에 합류하면서 그의 정치 인생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17대 총선에서 낙선했고 정치권에서 멀어졌다. 이후 18년 동안 야인생활을 했다. 이 과정에서 이혼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는 “구름 위에 있다가 지하 4∼5층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 신길교회 홈페이지 교회소식란을 보면 김 총리가 2018년 8월 이 교회에 등록한 것으로 돼 있다. 새가족 소개 코너에는 이기용 담임목사 등과 함께 찍은 사진 밑에 김민석(인도자: 스스로)이라는 설명이 달려 있다. 누구 소개로 교회에 나온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기용 목사는 김 총리에 대해 “어느 날부터인가 새벽기도에 나오더라. 교회 근처 오피스텔을 얻어 지내며 힘들게 생활할 때다. 새벽기도에 계속 나오길래 어느 날 기도가 끝난 뒤 차를 마시자고 해서 얘기를 나눴다. 힘들게 지내면서 마음이 낮아지고 신앙도 깊어졌다. 언제부턴가 교회 설거지 봉사도 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김 총리는 2019년 이 교회에 다니는 지금의 배우자와 재혼했다. 김 총리는 배우자에 대해 “내가 어려울 때 곁에서 지켜보고 붙잡아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길고 긴 고통의 과정을 거쳤다. 우리는 그의 고통의 깊이에 대해 알지 못하고 판단할 수 없다. 한 가지 짐작할 수 있는 것은 그가 고통의 심연에 다다랐을 때 하나님을 만났을 것이란 점이다. 그는 18년이라는 긴 고통의 시간을 거쳐 2020년 다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고 2024년 총선에서도 당선돼 4선의 중진 의원이 됐다. 지금은 총리까지 됐다. 그는 “나락에 떨어졌다가 정치에 복귀하고 총리가 되는 벼락 출세까지 했는데, 이 모든 것이 감사하고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한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찬송도 ‘은혜’다.

“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내가 지나왔던 모든 시간이, 내가 걸어왔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아침 해가 뜨고 저녁의 노을, 봄의 꽃 향기와 가을의 열매, 변하는 계절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안수집사인 그는 매일 신길교회에서 새벽기도를 해 왔지만 총리가 된 지금은 그렇게 하기 어려워 정부서울청사 근처 한 교회에서 새벽기도를 할까 생각 중이다. 그가 총리가 된 뒤에도 새벽기도를 이어가겠다고 하니 일단 안심이 된다. 기도하는 사람은 결코 자신의 고집을 내세우지 않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면 하나님이 기뻐하실지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물론 새벽 일찍부터 먼저 생각하고 먼저 움직이며 국정을 챙기겠다는 의미로 새벽총리라는 표현을 썼지만 새벽기도로 새벽을 열겠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그가 새벽기도로 그의 인생을 다시 열었듯 어려운 국정 현안들도 새벽기도로 열어나가기 바란다. 성경에 나오는 요셉이 13년간의 고난 끝에 애굽의 총리가 된 후 왕을 도와 7년 흉년을 대비하고 극복한 것처럼 김 총리가 장기화되고 있는 지금의 경제 위기를 기도하면서 헤쳐나가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고 궂은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총리가 됐으면 좋겠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책임총리일 것이다. 권한만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다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 책임총리다. 이태원 참사나 채상병 순직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일 같은 것들이 이재명정부에서는 없어야 한다.

의·정 갈등 해소에 적극 나서 달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당부에 따라 그가 취임 첫날 의료계 대표들과 만나 대화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의대생들이 전원 복귀를 선언한 것은 좋은 징조다. 국정 운영 과정에서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을 만나더라도 하나님께 기도하고 매달리며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는 총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신종수 편집인 js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