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끝나고 내각이 어느 정도 윤곽을 갖췄다. 교육과 관련해 눈에 띄는 정책은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다. 이것이 그렇게 중요해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기술 인력 개발과 정주 여건 조성이 훨씬 더 중요해 보인다.
우리나라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은 많으나 효율성은 높지 않다. 2023년에는 119조원으로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다음의 5위 수준으로 2022년보다 6조4280억원(5.7%) 증가했다. 구매력 평가 환산 기준 연구개발비도 1488억 달러로 세계 5위 수준이다. 또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약 5%로 세계 2위 수준이며 2022년 대비 0.11% 포인트 상승했다. 재원 측면에서 2023년 R&D 투자액 중 정부와 공공 재원이 28조1000억원, 민간과 외국 재원이 약 91조원이며 연구수행 주체별로는 기업 94조3000억원, 공공연구기관 13조9000억원, 대학 10조9000억원이다. 즉 대부분 민간과 기업이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다는 의미다. 민간 기업의 R&D 투자액은 상위 10개의 경우 35조9000억원, 상위 30개로 넓히면 47조5000억원으로 매출액 상위 기업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단계별 연구개발비는 기초연구 17조7000억원, 응용연구 23조5000억원, 개발연구 77조9000억원이다. 정부 R&D 사업은 과제 성공률이 99%에 이르고, 사업화 비율은 낮아 기준만 맞추고 단기 인건비만 따먹는 사업이다. 중소기업의 R&D 과제 성공률은 94%이고 사업화 성공률은 약 50%로 낮게 나타난다. 따라서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R&D 투자를 하더라도 효율성은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기존의 정부 R&D를 줄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효율성은 낮더라도 기업의 기술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경제 성장은 공급 측면에서 노동, 자본, 기술로 이뤄진 생산함수의 변화에 의해 발생한다. 여기서 기술 발전은 같은 노동과 자본을 투입하더라도 보다 많은 생산을 이끌 수 있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 기존 인력 유출, 투자 자본의 해외 이전 등 이유로 2019년 이후 우리나라는 장기 저성장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등 여러 신기술 분야에서 우리는 늦게 시작했다. 그러나 한 해 24만명이 태어나는 나라에서 이공계 인력이 연간 3만명씩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으며, 가족까지 합하면 훨씬 많다. 이공계에 가까운 경제나 경영까지 합하면 훨씬 많은 인력이 해외로 빠지는 셈이다. 따라서 기술 인력 부족률은 4차 산업에 해당하는 분야 등에서 5~75%까지 이른 상황이다.
해외로 기술 인력이 빠지는 원인은 다양하다. 먼저 처우가 열악하다. 최근 서울대 교수도 4년간 56명이 다른 국가로 이탈했다. 다른 학교의 기술 개발자도 많이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대학은 정부가 지원한다는 명목 아래 물가상승률의 일부만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고, 대학은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난 17년간 공무원인 국립대의 연봉은 올랐으나 사립대의 등록금은 동결됐다. 사립대 평균 초봉이 가르쳤던 대학생의 초봉보다 낮은 상황이다. 20년 이상 교육을 받고 기술 개발을 해 오던 연구자들이 한국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나는 이유다. 기업에서 기술을 개발하는 경우는 대학보다 조금 낫지만 해외와 비교하면 훨씬 열악하다. 국내 연봉 체계에서 임원이 아닌 직원의 최고 연봉자는 미국 기술 개발 기업의 초봉과 비슷하다. 이제라도 기술 개발자 지원을 강화하고 정주 여건을 확보하지 않는 한 장기 저성장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
경제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