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최악의 글로벌 재앙이었던 코로나19 때는 하이패밀리 사역도 중단됐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무려 4년에 걸친 암흑기였다. 교육·치유 콘텐츠를 책임지고 있던 나는 할 일이 없어졌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각 가정이 심각한 위협에 처하며 다시 할 일이 많아졌다. 가족갈등 예방수칙을 발표하고 가족 심리통합지원책을 마련했다. 야외공간과 유튜브를 활용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 무렵 연달아 몸을 다쳤다. 첫 번째 부상은 발목이었다. 남편과 등산로를 내려오던 길이였다. 낙엽 쌓인 돌계단을 왼발로 디뎠는데 발목이 휙 돌아갔다. 병원 진단은 왼쪽 발목 인대파열이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듬해엔 오른쪽 발목, 그다음 해에는 또다시 왼쪽 발목까지 총 3번이나 인대가 파열됐다. 다리 전체 깁스를 매번 3~4달씩 했다.
처음 다쳤을 때 의사는 말했다. “연세도 있으셔서 수술은 어렵고 치료를 한다 해도 발목이 불안정해 재발 가능성이 큽니다. 제대로 걷기 힘드실 겁니다.” 몸이 도구인 나에게는 사실상 사형선고였다. 춤추며 날아올랐던 몸이었기에 절망감은 더욱 깊었다. 나는 몸의 감옥에 갇혀버렸다. 삶의 질은 바닥을 쳤고 마음도 위축됐다. 자신감을 잃고 무기력과 우울감에 사로잡혔다,
병원에서는 약물과 주사치료를 권했다. 의문이 들었다. 수술도 불가능한 인대를 약물과 주사로 어떻게 복원한단 말인가. 통증과 증상만 관리하고 원인은 손도 못 댈 터인데 악화할 게 뻔했다. 나는 겨우 걸을 수 있는 몸이 아니라 춤추는 몸을 회복하고 싶었다.
현대의학의 한계를 절감하며 간절히 하나님께 매달렸다. 그때 떠오른 질문은 이것이었다. “마음을 고치는 몸의 치유성이 몸도 고칠 수 있지 않을까.” 절박한 심정으로 몸의 치유성을 붙들었다. 하나님의 몸 설계를 자세히 들여다 봤다. 그분은 결코 우리 몸을 허술하게 창조하지 않으셨다. 몸은 회복을 위해 스스로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인대 3개가 파열됐지만 부분 파열이었기에 여전히 기능하는 부분이 남아 있었다. 남은 인대와 근육과 힘줄들이 다친 부위를 대신해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기능하는 부분을 강화하는 재활운동을 택했다. 매일 3시간씩, 6개월간 치료에 매달렸다.
그 후에도 허리 디스크 재발, 갑상선 기능항진, 어깨 회전근개파열 등 몸의 부상이 계속됐다. 그래도 내 생체실험은 계속됐다. 몸의 치유성을 믿으며 길고 지루한 치료를 견뎌냈다. 걸을 수 없다던 나는 지금 걷고 뛰고 달리며 다시 춤추고 있다.
2021년, 나이 예순에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 무용원에 입학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무용수들을 가까이서 보니 아픈 학생들이 많았다. 무용상해예방 알렉산더테크닉 무용요법 무용생리학 등 몸 건강을 위한 해부학 과목들도 많았다. 하나님의 몸 설계를 제대로 알게 됐고 내 생체실험도 학문적 체계를 갖추게 됐다. 학업을 마치고 받은 전공은 춤건강(Dance Wellness), 학위 명은 예술 전문사였다. 올해 3월에 개설한 몸엔춤예술학교의 첫 번째 과목인 춤건강은 이렇게 탄생했다.
신체심리치료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 몸이 무너지면 가정도 무너진다. 몸을 세우는 일이 곧 가정을 세우는 일이었다.
정리=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