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정 조달·금융 포용성 늘어나지만… 아직 걸음마 수준

입력 2025-07-15 00:16

5년물 중심으로 흥행을 시작한 개인투자용 국채 제도의 잠재 수혜자는 일반 국민만이 아니다. 해당 제도가 국채 시장의 수요 기반을 넓혀 재원 조달 문턱을 낮춘다는 점에서 정부 역시 핵심 수혜자로 꼽힌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국내 개인투자용 국채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추가적인 진흥 정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1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민 대상 국채 프로그램 및 상품’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OECD 회원국 및 가입 예정국 40개국 중에는 한국을 포함한 22개국이 개인투자용 국채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나머지 18개국 중에서도 5개국은 도입을 검토하는 중이다.

주요 국가들이 줄지어 개인투자용 국채를 운영·도입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국채 시장 안정화’ 효과다. 일반 개인이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해 주면 기관투자자 일변도였던 기존의 국채 시장이 넓어지고, 국가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가 한층 쉬워진다.

보고서는 소액 투자자에게도 국채에 접근할 길을 열어주는 ‘금융 포용성’ 역시 정부가 개인투자용 국채 제도를 통해 실현할 수 있는 가치로 꼽았다. 일반 가계의 저축·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예·적금 시장의 경쟁자로 나서 금융기관들의 ‘이자 전쟁’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 역시 장점이다.

확장재정 기조를 천명한 이재명정부에서도 개인투자용 국채는 요긴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부는 이달 초 편성한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에서도 재원 마련을 위해 국채 21조1000억원을 추가 발행했다. 기관투자자 일변도 기존 국채 시장에서는 자칫 물량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고 금리가 급등할 우려가 있다. 그런데 이제는 개인이라는 또다른 수요로 물량 흡수도 수월해지고, 조달 비용의 증가 폭도 작아질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개인투자용 국채 시장은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이제 첫발을 뗀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해 6월부터 지난 4월까지 실제로 발행된 개인투자용 국채 규모는 약 1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실제 국채 발행 규모(221조6000억원) 1%에도 미치지 못한다. 2023년 기준으로 국채 투자에서 개인 비중이 20% 이상을 차지했던 벨기에·포르투갈·이탈리아 등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두드러진다.

특히 4개월 연속 ‘완판 행진’을 벌인 5년물과 달리 중장기 상품인 10년·20년물은 좀처럼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5월 발표한 ‘개인투자용 국채 발행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처럼 더딘 수요 확대의 원인으로 다양하지 않은 상품 만기를 꼽았다. 여기에 소유권 이전이 제한되고, 확정금리 상품만 제공된다는 점 역시 시장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OECD 국가들은 국채 만기 다양화, 발행·유통시장 접근성 확대, 다양한 금리 적용 등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상품을 편리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데 한국 역시 이 같은 제도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