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수익·안전성… 묵히면 이득

입력 2025-07-15 00:05
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말 지명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의 재산 신고 내역 중 예기치 못한 대목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60억원대 자산가인 그가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2억원 규모의 개인투자용 국채 때문이다. 최근 기준금리가 내리고 국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개인투자용 국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익률과 안전자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상품이라는 이유다.

지난 4일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김 후보자의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직전까지 사장으로 재직한 두산에너빌리티 주식(6억4227만원)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 건 개인투자용 국채(1억9890만원)였다. 개인투자용 국채의 연간 매입 한도가 출범 첫해인 지난해 1억원이었다가 올해 들어서야 2억원으로 상향된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에 한도에 육박하는 수준의 물량을 사들인 셈이다.

개인투자용 국채란 매입 자격을 개인으로 한정한 저축성 국채를 뜻한다. 지난해 6월 개인투자자의 중장기적 자산 형성을 돕고 국채 시장에 새로운 수요자를 유입시킨다는 취지로 처음 발행됐다. 제도 운영 전반은 기획재정부가 주관하지만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창구는 대행사인 미래에셋증권이다. 기재부가 매달 5년·10년·20년물 물량을 배정해 발행하면 미래에셋증권이 온·오프라인 영업점을 통해 청약을 받는다. 전용계좌를 개설한 투자자는 최소 10만원부터 최대 연 2억원까지 청약을 신청할 수 있다. 7월분 청약의 진행 기간은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다.

개인투자용 국채에 대한 호응은 올 들어 급격히 뜨거워지는 추세다. 첫선을 보인 지난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얻었던 개인투자용 국채 청약은 5년물 상품을 내놓은 지난 3월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흥행 가도에 올랐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900억원 규모로 진행된 지난달분 5년물 개인투자용 국채 청약은 1094억5590만원 규모의 신청이 몰려 경쟁률 1.22대 1을 기록했다. 3월(600억원)부터 지난달까지 매달 100억원씩 청약 규모를 늘렸지만 4개월 연속 ‘완판 행진’이 이어졌다.

최근 기준금리가 내리고 국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수익성과 안정성을 겸비한 개인투자용 국채에 주목하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현재 개인투자용 국채는 최고 수준의 안정성과 높은 수익률, 절세 혜택 등 다방면에서 우월한 장점을 지닌 개인을 위한 저축성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현재 같은 금리 인하기에는 은행권 예·적금에 비해 수익률에서 확실하게 강점이 있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만기까지 거래가 불가하고 중도에는 환매만 가능하지만, 대신 만기를 채우면 다양한 우대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는 방식의 상품이다.

예를 들어 7월분 개인투자용 국채 청약분은 표면금리만 봐서는 5년물 2.655%, 10년물 2.885%, 20년물 2.825%로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신규취급액 평균 이자율은 2.64%였다. 일반 은행 예금과 비교해도 수익률이 유의미하게 높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하지만 만기를 채울 경우에는 각각 가산금리가 붙어 실질 금리가 3.03~3.50%까지 올라간다. 만기 시에는 일반 예·적금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워진 복리를 적용한다는 점도 숨은 강점이다. 최종적으로 만기를 채운 개인투자용 국채의 세전 수익률은 이달 청약분 기준 10년물이 3.95%, 20년물이 4.95%에 달한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절세 상품’이라는 특징도 겸비하고 있다. 본래 이자 수익에는 지방세 포함 15.4%의 세금이 붙지만,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 총합이 연 2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분에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적용돼 근로·사업소득 등과 합산한 고율의 소득세가 매겨진다. 하지만 만기까지 보유한 개인투자용 국채는 1인당 2억원까지 분리과세가 적용돼 세율을 15.4%로 유지할 수 있다.

개인투자용 국채의 또다른 강점은 별도의 보호 한도 없이도 불안해할 필요가 없는 극도의 안전성이다.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상 원금과 수익은 무조건적으로 보전받을 수 있는 극한의 ‘안전 자산’이라는 뜻이다. 6등급으로 나뉘는 투자위험도 분류에서 개인투자용 국채의 위험도는 가장 낮은 6등급으로 원금 손실 우려가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외적으로는 미국발 ‘관세 리스크’, 대내적으로는 0%대 저성장과 가계 부채 위기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가장 마음 놓고 중장기 자산을 맡겨 둘 수 있는 상품인 셈이다.

다만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돈을 장기적으로 묶어 둬야만 한다는 점은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진입 장벽’으로 꼽힌다. 일반 채권과 달리 개인투자용 국채는 개인 간 거래를 통한 차익 실현이 불가능하다. 중도환매는 가능하지만 이 경우에는 가산금리와 연복리 혜택이 사라져 정기예금보다 크게 높지 않은 수준의 표면금리만이 남는다. 최초에 출시된 10년·20년물이 ‘완판’ 중인 5년물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함에도 청약 경쟁률은 여전히 1대 1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그동안 10년물과 20년물은 장기물에 대한 부담으로 수요가 부진한 측면이 있었다”면서도 “이달 청약에서는 기재부가 금리인하 기조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고 수준 가산금리를 제공하는 등 흥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