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꽃인가, 권력 바라기인가

입력 2025-07-14 02:08

더불어민주당 출범 이후 권리당원제는 몇 가지 주요한 변화를 끌어냈다. 당원의 힘으로 만들어낸 이재명 당대표의 선출은 정치 엘리트주의가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했음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반대로 선출직 의원들이 단지 소수 강성 당원만을 바라보고 정치를 하게 만든 부작용도 태동했다. 13일 국민일보가 인터뷰한 전현직 의원 10명은 당원주권주의가 시대적 흐름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명암에 대해선 사뭇 다른 평가를 내렸다.

2022년 이재명 당대표 선출이 민주당 당원주권주의의 결정적 순간이라고 다수 의원이 입을 모았다. 대통령 당선까지 이뤄낸 건 이른바 ‘개혁의 딸(개딸)’을 중심으로 한 강성 당원 지지 덕분이라는 평가다. 친명계 재선 A의원은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원이 투표권을 행사해 압도적 지지로 당대표를 만들었다”며 “과거에는 유력 정치인들이 언론을 이용해 실력을 과시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국회의장 경선은 당심에 우호적인 여러 정치인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다수 당원의 바람과 달리 추미애 의원이 패배하고 우원식 의원이 승리하자 당원 2만여명이 줄지어 탈당했다. 당시 이재명 대표는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경선 시 권리당원 20%를 반영하겠다며 당심 달래기에 나섰다. 비수도권 중진 C의원은 “아직 낯설지만 당심의 힘을 피부로 느낀 계기였다”며 “시대의 흐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선명하게 반대 의사를 드러낸 이들도 있다. 친문·친명계 중진 E의원은 권리당원이 원내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그는 “원내의 역할이 정해져 있는데도 국회의장 선출 시 당원 투표까지 반영하는 것은 생각해봐야 한다”며 “그게 당원 주권에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친문계 G 전 의원도 “원내대표는 국회의원의 대표다. 반에서 반장을 뽑는데 엄마들이 투표권을 갖고 참여하는 것과 똑같은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국회의장·원내대표 경선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라면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비명횡사’ 공천 파동은 권리당원의 부작용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G 전 의원은 “(권리당원이) 책임은 별로 지지 않으면서 권리는 굉장히 커졌다”며 “정치 유튜버와 결합하며 잘못될 경우 권력집단화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당직자 출신 재선 D의원도 “당원이 당의 주인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집권을 이루기 위해선 일반 국민의 신뢰와 선택을 받아야 한다. 일반 주권자 의사를 함께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심에 기댄 졸속 입법은 국민적 피로감과 입법력 낭비를 불러온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정부 당시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대표적이다. 친문계 중진 F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팬덤 눈치를 보다 급조한 게 공수처법”이라며 “결국 기능을 제대로 못 하고 계엄 수사는 특검으로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선 검찰 개혁과 방송3법 등이 당심을 의식한 입법 후속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F 전 의원은 “(당원의 참여가) 한국 정치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은 맞는다”면서도 “잘못 작동하면 ‘히틀러 유겐트’가 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정부도 마찬가지다. 잘하면 좋은 쪽으로 평가받겠지만 반대라면 팬덤 정치 부작용 비판이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윤수 김혜원 송경모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