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사과’가 당헌·당규에 있는 건 좀 이상하다. 차기 당대표에게 넘기면 될 일을 왜 혁신위원회를 꾸려 난리통을 만드는지 모르겠다.”(한 중진의원)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을 놓고 또다시 당내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혁신위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당 비상대책위원회 공언이 무색하게 지도부 내부에서 ‘혁신위 무용론’이 재차 등장한 상황이다. 한 비대위원은 13일 통화에서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을 사퇴했을 때 더 이상의 혁신위 구성은 그만뒀어야 했다”고 말했다.
혁신위가 지난 10~11일 연이틀 제시한 1·2호 혁신안에 대해선 차기 당권 주자들도 공개 비판에 가세했다. 장동혁 의원은 계엄과 탄핵 반대에 대한 반성을 당헌·당규 전문에 수록하자는 혁신안 1호에 대해 “언제까지 사과만 할 것인가”라고 밝혔다. 나경원 의원도 “의견수렴 없는 혁신안은 갈등과 분열을 되풀이하는 자충수”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당대표 단일체제 강화, 최고위원 폐지’의 혁신안 2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을 이기기 위해 민주당 행태를 따라 할 필요는 없다”며 “대표에게 최고위원 권한까지 몰아준다면 우리가 수차례 지적했던 이재명 일당체제를 어떻게 비판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탄핵의 바다를 건너지 못하고 있는데 더 이상 사과할 필요도, 반성할 필요도 없다고 말하는 분들은 당을 죽는 길로 다시 밀어넣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런 분들이 인적쇄신 0순위”라며 “전광훈 목사가 광장에서 던져주는 표에 기대어 정치하겠다는 이런 분들을 믿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계엄을 했을 것이다. 당을 떠나야 한다”고 작심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인적쇄신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대선 패배, 대선 후보 교체 시도 및 단일화 입장 번복, 소속 의원 40여명의 대통령 관저시위 참석, 윤석열정부의 왜곡된 국정 운영 방치, 당대표 가족이 연루된 당원 게시판 사건 등 8가지 사건 연루자들을 대상으로 지목했다. 옛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김문수 전 대선 후보 등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윤 위원장은 14일 비대위원들에게 혁신안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혁신안은 비대위 추인이 필수적인데 지도부 기류는 부정적이다.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우리 의원들과 당 전체가 사과해야 한다는 의미인지 이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비대위에서 숙고를 거쳐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강민 이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