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원, 14년 만의 LG MVP… 더위 날린 ‘한여름 밤 축제’

입력 2025-07-14 01:07
LG 박동원이 지난 1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5 KBO리그 올스타전에서 ‘미스터 올스타’에 선정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롯데 전민재(가운데)는 ‘담을 넘은 천사’ 콘셉트로 날개를 달고 등장해 ‘베스트 퍼포먼스’ 상을 받았다. 오른쪽은 한화 김서현. 연합뉴스·뉴시스

2025 신한 SOL뱅크 KBO 올스타전이 열린 12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1회 말 2사 2루 상황에서 그라운드에 대형 참치캔이 등장했다. LG 트윈스 포수 박동원이 자신의 별명 ‘동원 참치’를 패러디해 쓰고 나온 대형 머리띠였다. 딸 채이양도 고사리손으로 손하트를 보내며 팬들의 마음을 녹였다.

잠시 후 타석에 들어선 박동원은 금세 진지한 표정으로 돌변했다. 전날 홈런더비에서 준우승에 그친 아쉬움을 날려버리고 싶은 눈빛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의 직구가 한가운데로 몰리자 박동원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아갔다. 공은 ‘딱’ 소리와 함께 좌익수 방향으로 뻗어나갔다. 이번 올스타전의 주인공을 알리는 축포였다. 박동원이 홈런을 직감한 듯 두 팔을 번쩍 들었다.

이날 박동원의 맹타에 힘입어 나눔 올스타는 드림 올스타를 8대 6으로 꺾으며 올스타전 4연승을 거뒀다. 양 팀 체제가 도입된 2015년 이후 9차례 맞대결에서 5승 4패로 우위를 점했다. 경기장은 섭씨 35도에 육박하는 찜통더위 속에도 전석 매진을 달성했다. 팬들은 손에는 소형 선풍기를 들고 얼굴에는 아이스 패치를 붙인 채 한여름 밤의 축제를 만끽했다.

최우수선수(MVP)는 3안타 3타점을 기록한 박동원이 차지했다. LG 선수로는 2011년 이병규 이후 14년 만의 수상이다. 박동원은 “지난해 KIA가 미스터 올스타를 수상하고 통합우승까지 이뤘다. 우리도 그 길을 따르고 싶다”고 말했다.

1회 초 타석에 선 삼성 라이온즈 르윈 디아즈는 여권을 빼앗기기도 했다. 리그 홈런과 타점 부문에서 각각 1위를 질주 중인 디아즈가 시즌을 마치고 해외 무대로 옮기지 않길 바라는 팬들의 염원이 담긴 퍼포먼스였다.

2회 말 2사 1, 2루 상황에서 SSG 랜더스 최정이 마운드에 오르자 관중석이 술렁였다. 지난 2009년 KIA전에서 투수로 등판한 장면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시속 121㎞ 직구로 키움 히어로즈 이주형을 범타 처리한 그는 포스트시즌에서 승리한 듯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드림 올스타에선 KT 위즈 신인 안현민의 활약이 눈부셨다. 4-7로 뒤진 6회 초 무사 2루 상황에서 1타점 2루타를 날렸다. 8회엔 좌월 솔로포까지 터트리며 우수타자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신기록도 탄생했다. LG 트윈스 김현수는 6회 대타로 출전해 올스타전 연속 출장 기록을 14년으로 늘렸다. 종전 기록은 양준혁(은퇴)과 그가 공동으로 보유하던 13년이었다.

대전=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