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도 박찬대도 오로지 ‘일편黨心’

입력 2025-07-13 18:51 수정 2025-07-14 00:00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20대 총선 공천 탈락 후 농사를 지으며 수확한 왕수박을 들고 있는 모습. 정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 해당 사진을 올리며 “왕수박은 키우기도 어렵고 왕수박이 되기도 어렵다”며 “그 어려운 왕수박의 길을 제가 왜 걷겠나”라고 썼다. 정청래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정부 초대 여당 대표를 노리는 정청래·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인 1표제 등 당원권 강화를 경선 캠페인 전면에 나란히 내세웠다.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반영 비중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전체 표심의 55%를 차지해 사실상 당락을 좌우할 권리당원을 의식한 행보다.

당내에선 이번 경선이 “당원주권의 시험대”(비수도권 4선 의원)라는 촌평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원 목소리 확대에만 ‘올인’하기보다 대의원 제도 등 기존 장치와의 균형을 도모하고, 당원 교육·훈련 등 질적 향상에도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의원은 지난달 16일 일찌감치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정청래의 10가지 약속’을 공개했다. 대의원 투표제를 폐지하고 전당대회 1인 1표제를 실시하며 원내대표·국회의장 경선 시 현행 20%인 권리당원 참여 비율을 상향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심 열세로 고전 중인 박 의원도 질세라 권리당원의 실질적 결정권을 보장하도록 당헌·당규를 고치고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의 등가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대의원 한 표와 권리당원 한 표를 등치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정당 민주주의 측면에서 당원주권 강화의 원칙적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동시에 부작용을 줄이는 일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호남권 중진 의원은 13일 “권리당원과 대의원이 같은 한 표를 행사하면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누가 (민주당원이 적은) 경상도에 찾아가 지지를 호소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 정당의 지역 지지 기반은 고르지 않다. 지역 간 불균등으로 인한 현실적 부작용도 분명히 따라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급격한 당원주권 강화는 자칫 정당 운영의 조직적 기반을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3선 의원은 “당원들도 당에 헌신하지만, 대의원들은 각 지역에서 당의 살림을 책임지는 이들”이라며 일정 정도의 차등적인 권한 부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극단화하고 있는 국내 정치 생태계 현실을 감안하면 당원 활동의 허들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외견상의 정당 민주주의가 실제론 정당의 안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당이 옳다고 여겨 온 핵심 가치가 당원 다수의 반대를 이유로 뒤집힐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당원에 대한 적절한 훈련·교육 없는 당원 민주주의는 팬덤 정치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당원주권 정당 기조가 선명성 강화로 흐르면 자칫 비당원 민심과 동떨어져 ‘집권’이라는 정당의 존재 목적 달성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권리당원이 아닌 이들이 더 많지 않나. 열성 당원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며 타협을 도외시한다면 진짜 민주주의와는 멀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송경모 한웅희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