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년 전 선사시대 생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한반도 바위그림의 걸작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문화유산 15건, 자연유산 2건을 포함한 17건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제47차 회의에서 ‘반구천의 암각화’를 세계유산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서로 2㎞ 떨어져 있는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국보)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합쳐 일컫는다.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울산 태화강 상류의 지류 하천인 반구천 절벽에 있다. 높이 약 4.5m, 너비 8m(주 암면 기준) 바위 면에 사슴, 호랑이, 표범, 여우 등 육지 동물과 고래 등 해양 동물을 포함한 300여점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 가운데 혹등고래, 귀신고래 등 고래 그림이 50점 이상을 차지한다. 고래 전문가들이 종류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묘사가 정확하다. 작살 맞은 고래, 고래 배분 장면 등 당시의 고래잡이 기술까지 알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 그림으로 평가 받는다.
위원회는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준다”며 “다양한 고래와 고래잡이의 주요 단계를 담은 희소한 주제를 선사인들의 창의성으로 풀어낸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는 높이 약 2.7m, 너비 10m 바위 면을 따라 각종 도형과 글, 그림 등 620여 점이 새겨져 있다. 윗단에는 청동기 시대에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 마름모, 원형 등 추상적 문양이 조각돼 있다. 아랫단엔 신라 법흥왕 시기에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글도 있다.
세계유산 등재로 60년 째 계속돼 온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침수 문제가 해결될지 주목된다. 암각화는 1965년 사연댐 건설 이후 물에 잠겼다 노출되기를 반복하며 그림이 박락됐다.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암각화 훼손을 막기 한 여러 방안이 나왔으나 쉽사리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이 문제로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2010년 잠정목록에 오른 지 15년이 지나서야 세계유산으로서 빛을 보게 됐다. 위원회는 신규 유산 등재를 결정하면서 “사연댐 공사의 진척 사항을 세계유산센터에 보고하고 (암각화 보존·관리를 위한) 반구천세계암각화센터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유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개발 계획은 알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금강산도 북한이 등재를 신청한 지 4년 만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북한은 ‘고구려 고분군’(2004년)과 ‘개성역사유적지구’(2013년)에 이어 세 번째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북한은 2021년 등재 신청서를 냈으나 당시 코로나19 방역 상황으로 평가·심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