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4명 쪼개 써도 인건비 600만원”… 한숨 찍는 편의점

입력 2025-07-14 02:08
13일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직원.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 오른 1만320원으로 확정되면서 자영업자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인상 폭은 역대 최저 수준이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무겁다. 편의점·외식업계에선 “더는 버틸 여력이 없다”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는 푸념이 잇따르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와 노동자 사이에서 ‘을(乙) 간 갈등’이 나날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를 해소해나갈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앞둔 상황에도 편의점·외식 자영업자들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1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먹자골목에서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하는 40대 윤모씨는 소비쿠폰에 대한 기대감은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담을 털어놨다. 윤씨는 “청년 아르바이트생 다섯 명을 교대로 쓰고 있지만, 주휴수당·야간수당 등 인건비 부담이 커 가족과 함께 매장을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때 이른 폭염도 불청객이다. 윤씨는 “평소 저녁 시간 테라스를 찾는 손님이 많았는데 폭염과 장마로 확실히 줄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붐비는 대학가 사정도 비슷하다. 서울 성북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모(52)씨는 “취업준비생이나 외국인 유학생을 고용해 시간대를 맞추고 있지만, 금세 관두는 사람이 많아 매번 교육시키는 것도 부담이고 비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반길 수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편의점은 24시간 운영을 기본으로 해 인건비 부담이 큰 구조다. 알바 4명을 쓰면 월 인건비만 600만원을 넘는다. 일부 점주는 무인화 전환을 고민하지만 한계가 있다. 박씨는 “담배·술 매출 비중이 커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2023년 기준 3300곳을 넘겼던 무인 편의점은 수익성 우려에 증가세가 사실상 멈췄다.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쪼개기’와 ‘꺾기’ 등 편법 고용도 확산 중이다. 주 15시간을 넘기면 주휴수당을 줘야 하다 보니, 고용주들은 초단시간 근무자 여러 명을 돌려쓰거나 당일 통보로 근무시간을 줄이는 수법으로 대응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주당 근로시간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노동자는 180만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임금은 지속적으로 오르지만 실질적인 개선을 체감하기는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 비율은 2004년 5.8%에서 지난해 12.5%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이중 지난해 숙박·음식점업 비율은 33.9%로 가장 높다.

외식업계는 가격 인상 외엔 생존이 어렵다는 분위기다. 성남시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이미 최저임금보다 높은 시급을 주고 있어 논외”라면서도 “원재료비 상승에 더해 임대료와 배달비까지 오르는데 손님은 줄고 있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1만320원이면 선방했다’는 반응과 ‘자영업자들 다 죽어간다’는 호소가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성남=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