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인간, 동료가 될 수 있을까… 현대차, 공존 전략 논의

입력 2025-07-14 00:13
현대자동차는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다이내믹스 본사에서 글로벌 기업 8곳의 최고인사책임자들과 로봇·인공지능(AI) 시대의 인사관리(HR)에 대해 논의했다. 현대차의 로봇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제작한 이족보행 로봇 ‘아틀라스’가 타이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현대차 제공

인공지능(AI)을 장착한 로봇이 산업 현장에 본격적으로 투입되고 있다. 인간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지만 이 같은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업계에선 이미 인간과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가 함께 일하는 시대의 기업문화 구축을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글로벌 기업의 최고인사책임자들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다이내믹스 본사로 초청했다. 현장에 투입되는 AI와 로봇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효과적인 인사관리(HR)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UPS, 갭(GAP), 큐리그 닥터페퍼 등 8개 기업이 참여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13일 “머지않은 미래에 로봇이 기계 장치를 넘어 인간과 연결되는 존재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진단하고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방향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제조나 개발 분야가 아닌 인사 분야 책임자가 AI나 로봇 이슈로 모이는 건 드문 일이다. ‘디지털 동료’가 인간과 함께 근무하게 되면 기존과 다른 새로운 조직문화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휴머노이드가 AI를 장착하고 현장에 투입되는 상황에 주목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AI 로봇과 인간 노동자의 공존은 피할 수 없다는 공통된 인식이 있었다. 향후 HR은 기술과 인간을 통합해 설계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AI와 로봇은 산업 현장에 이미 깊숙이 침투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3월 준공한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엔 900대가 넘는 로봇이 자동차를 만든다. 고용된 인력(880명)보다 많다. 추후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도 투입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전 세계 물류센터에서 운영하는 로봇은 100만대를 넘어섰다. AI 기반 로봇팔 ‘스패로’는 2억개가 넘는 상품을 집어 올리고 ‘로빈’과 ‘카디널’은 포장된 제품을 분류하고 옮긴다. 아마존은 AI가 로봇의 이동 효율성을 약 10% 향상시킬 것으로 추산했다. 시장조사기관 모더 인텔리전스는 글로벌 AI 로봇 시장이 올해 250억2000만달러 수준에서 매년 13.10% 성장해 2030년엔 1261억3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AI와 로봇의 인간 일자리 위협을 둘러싼 논쟁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을 막을 순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짐 팔리 포드 CEO는 “AI는 미국 내 사무직 근로자의 절반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향후 15년 안에 미국의 실업률은 10~20%에 이를 수 있다. (기업과 정부는) 현실을 직시하라”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한 지난해 아마존 물류센터 한 곳당 평균 직원 수는 2015년 이후 가장 적은 670명이다.

한국은 특히 가전·반도체·자동차 등 로봇 수요가 많은 산업이 집중돼 있어 로봇 의존도가 높아질 거란 전망도 있다. 로봇업계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휴머노이드가 현장에 투입된 이후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AI 로봇 시대를 대비한 기업문화를 구축해야 하고 이를 위해 노사 협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로봇을 활용하는 건 사람”이라며 “로봇을 경쟁자로 볼 게 아니라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노사가 함께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