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지속되면서 복통, 설사, 혈변, 발열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어린이 환자들이 최근 늘고 있다. 검사에서 병원성 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 같은 세균성 장염이 주요 원인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세균은 오염된 음식이나 물, 불결한 환경에서 아이들 장에 침투해 급성 장염을 일으킨다.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는 심한 증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병원성 대장균 중에서도 장출혈성대장균(EHEC)은 심한 복통, 고열, 혈변을 일으키며 드물게 용혈성요독증후군(HUS) 같은 합병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살모넬라균도 장출혈성대장균과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는데 오염된 계란이나 닭고기, 충분히 익히지 않은 음식 섭취가 주 원인이다. 여름철에는 음식물이 쉽게 부패하고 아이들의 야외 활동 중 위생 관리가 소홀해져 세균 감염 위험이 더 높아진다.
혈변과 복통을 보이는 아이들 중 일부는 장중첩증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있다. 장중첩증은 장의 한 부분이 다른 부분 안으로 말려 들어가면서 장 폐색을 일으키는 응급 질환이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심한 복통, 젤리 같은 혈변, 무기력하고 처지는 증상이 특징적이다. 초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장 괴사로 진행돼 응급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일반적인 장염 치료에도 증상이 지속되거나 나아지지 않을 경우 X선이나 초음파 검사를 통한 정확한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이런 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위생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외출 후 손을 깨끗이 씻고 생고기나 계란 등은 냉장 보관하며 완전히 익혀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유치원, 어린이집에서는 손씻기 교육과 급식 위생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증상이 나타났을 경우 우선 탈수 예방을 위해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요하지만, 고열이나 혈변이 있고 구토·설사가 심할 땐 임의로 약을 먹이거나 민간요법에 매달리지 말고 신속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세균성 장염이나 장중첩증 등은 조기에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을수록 합병증 위험을 줄이고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무더운 여름철엔 보호자들의 세심한 관찰과 위생 관리, 그리고 증상이 있을 경우 신속한 병원 진료가 아이들 건강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다.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
대한전문병원협회 총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