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농축산물에 대한 ‘히트플레이션(폭염+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지난 1년간 농축산물 원산지 표시 위반 중 배추김치가 가장 많이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산 김치를 국내산으로 속여 팔거나 국내·중국산 혼합제품을 혼동할 수 있도록 표시한 경우가 많았다. 고물가 속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민일보가 13일 최근 1년간(2024년 7월~2025년 7월) 농림축산식품부 소속기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원산지 표시 위반 공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총 1692건 위반 사례 중 배추김치를 포함한 건은 671건으로 전체의 약 40%를 차지해 최다였다.
관계기관은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등에 관한 법률’ ‘가축 및 축산물 이력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원산지를 거짓 표시하거나, 2차례 이상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아 위반 처분이 확정될 경우 처분 확정일로부터 12개월간 영업소 주소, 위반 농산물 명칭, 위반 내용 등을 공표한다.
배추김치 원산지 표시 위반 사례 중에서는 중국산을 국내산으로 둔갑한 사례가 266건으로 가장 많았다. 국내산과 중국산 배추김치를 섞어 팔면서 원산지를 국내산으로만 표시한 경우, 국내산 배추에 중국산 고춧가루를 섞어 쓰고도 고춧가루 원산지를 국산·중국산으로 헷갈릴 수 있게 표시한 경우도 적발 사례에 포함됐다.
배추김치에 이어 돼지고기 원산지 위반 사례가 248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 중 상당수는 수입산 돼지고기를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한 사례들이었다. 특히 미국산을 국내산으로 거짓표시한 경우가 34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만 구체적인 수입국이 언급되지 않은 ‘거짓표시’ 사례도 다수 포함돼 실제 미국산 돼지고기 위반 사례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외 닭고기 원산지 위반은 104건이 적발됐다. 브라질·태국산 제품을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하거나, 원산지를 누락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두부는 101건으로 중국산 콩을 사용하고도 국내산으로 표시한 경우가 많았다. 소고기는 99건으로 미국산·호주산 수입육을 한우로 속여 판매한 사례가 다수를 차지했다.
이러한 원산지 위반 사례는 농축산물에 대한 가격 상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1월 이래 7개월 연속 두 자릿수 물가상승률을 기록 중인 김치는 올해 1~5월 수입량(관세청 기준)이 13만7784t으로 2007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다. 수입물량의 99.9%는 중국으로부터 왔다.
폭염으로 농축산물 공급이 감소하면 수입산에 대한 수요는 더 늘 수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배추 소매가격은 일주일 전보다 27.4% 올랐다. 기록적인 폭염 여파로 지난해 9~12월 채소 물가 상승률은 4개월 연속 두 자릿수를 나타냈다. 물가안정을 위해 농축산물 신규 수입선 확보 및 할당관세 확대에 나선 정부는 오는 14일부터 한 달간 축산물 등 원산지 표시 실태를 단속할 방침이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