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32도 이상으로 상승하면
심근경색 환자는 20% 증가' 보고
미지근한 물로 등목·샤워 권장
운동은 이른 아침보다는 저녁에
심근경색 환자는 20% 증가' 보고
미지근한 물로 등목·샤워 권장
운동은 이른 아침보다는 저녁에
연일 30~40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속되는 폭염 속에선 열사병이나 일사병 같은 온열질환도 조심해야 하지만 심장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심부전 부정맥 협심증 같은 심장질환자나 고지혈증 동맥경화 고혈압 당뇨병 비만 등 심혈관계 위험 인자를 가진 사람들은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지병인 심혈관질환이 급성으로 악화할 수 있어서다.
여름에도 급성 심근경색 많이 발생
심장내과 전문의인 진무년 인천세종병원 과장은 14일 “해외 데이터를 보면 폭염 기간 중 심혈관질환자의 급성 악화로 인해 입원율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1994년, 2018년 같은 대표적인 폭염의 해에 75세 이상 고령층에서 사망률이 뚜렷하게 상승했다”고 짚었다. 진 전문의는 “심장질환 동반이 많은 고령층에서 입원율과 사망률이 증가한다. 또 탈수, 열사병 진단을 받은 고령자 중 절반가량이 심혈관계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미국 심장학회(AHA) 연구에 의하면 기온이 32도 이상으로 상승하면 심근경색 환자는 20%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급성 심근경색증은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서 심장근육이 괴사돼 발생한다. 심한 경우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초기 사망률이 30%에 달한다. 추운 겨울 못지않게 푹푹 찌는 여름에도 발생 위험이 큰 질환으로 꼽힌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근경색증 월별 진료 환자 수를 보면 2022년 7월 3만2914명, 8월 3만3532명으로 겨울철인 2021년 12월 3만4492명, 2022년 1월 3만2203명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고령층의 경우 더운 날씨에서 심혈관질환 사망률 증가(8.1%)가 추운 날씨(6%)보다 높다는 연구도 있다.
여름철 심근경색증은 겨울과는 다른 이유로 발생한다. 겨울에는 주로 기온 저하로 혈관이 좁아지면서 발생하는 반면 여름엔 무더운 날씨로 체온이 올라가면서 혈관이 이완되고 더 많은 혈액 공급을 위해 심장의 부담이 커진다. 여기에 땀을 많이 흘려 수분 부족까지 더해지면 혈액이 끈적끈적해지는 이른바 ‘피떡(혈전)’이 생기기 쉽다. 심장내과 전문의인 최성준 녹색병원 과장은 “한 번 생성된 혈전은 자연적으로 사라지기 어렵다. 특히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면 혈전 발생 위험이 배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땀 배출과 수분 손실, 체액(전해질)의 불균형이 동반되면 심장 근육세포의 전기적 안정성에 악영향을 줘서 부정맥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심장질환이 있는 일부 환자는 이뇨제를 필수적으로 복용해야 하는데, 이런 약물이 체액 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 전문의는 “여름철 급성 심근경색증은 겨울철과 달리 전형적인 증상인 흉통(왼쪽 가슴에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놓치는 사람이 많다. 어지럼증, 심한 두통 등 연관 증상이 나타나도 더위 탓으로 여기기 십상이어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침보단 저녁 운동, 심장에 덜 부담
일종의 노화 질환인 심근경색증을 완벽하게 예방하는 것은 어렵다 하더라도 대비할 수는 있다. 고지혈증 당뇨병 고혈압 등 기저질환을 갖고 있다면 평소보다 더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균형 잡힌 식사는 기본이고 금연·금주 등 건강한 생활습관 관리에 힘써야 한다.
틈틈이 물 마시는 습관도 중요하다. 갈증이 나지 않더라도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 줘야 한다. 한 번에 많이 마시는 것보다 일정 간격(25~30분)으로 한 잔씩 나눠 마시는 게 좋다. 커피 등 카페인 음료는 이뇨 작용을 활발하게 만들어 체내 수분을 고갈시킬 수 있으므로 과다 섭취를 피한다. 진무년 전문의는 “물을 자주 마시되, 수분 섭취 제한이 필요한 심장질환자는 주치의 지시에 따르도록 한다. 이뇨제 같은 약물 복용 시 체중과 소변량이 잘 유지되는지, 급격히 떨어지지는 않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갑작스러운 체온 변화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햇볕이 가장 뜨겁고 더운 오전 10시~오후 4시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실내외 온도 차는 10도 이상 나지 않도록 한다.
또 덥다고 갑작스럽게 찬물로 등목이나 샤워를 하는 것은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체온과 비슷한 미지근한 물로 등목·샤워를 시작해 점점 온도를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을 마실 때도 미지근한 물을 먼저 마신 다음 점점 시원한 물로 바꿔가는 게 권장된다. 술을 마시고 사우나를 하거나 냉탕과 온탕을 오가거나 지나치게 오래 사우나를 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60도 이상 높은 온도에서 15분 이상 사우나는 권고되지 않는다. 80도 이상에서의 사우나는 심장에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심혈관계 이상이 있는 사람에게 적당한 강도의 운동(가볍기 뛰기, 자전거, 수영 등)은 효과가 있지만 숨이 찰 정도로 강도 높은 운동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요즘처럼 푹푹 찌는 날씨에 운동할 때는 주치의나 전문가 조언을 받고 시작하는 게 도움 된다. 실내에서 운동할 땐 반드시 에어컨을 켜고 하는 게 좋다.
운동할 땐 통풍이 잘되고 땀 흡수가 뛰어난 옷을 입어야 한다. 흔히 체중 감량을 위해 땀복을 많이 입는데, 한여름에 땀복을 입고 운동하는 것은 위험하다. ‘열 쇼크’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땀복을 입으면 땀은 많이 나지만 방수가 되고 증발되지 않아 체온이 위험 수준까지 올라가기 때문이다.
운동은 더운 낮은 피하고 주로 저녁 시간을 이용해 하는 것이 좋다. 이른 아침 운동도 더운 낮보다는 낫겠지만 자칫 심장에 부담될 수 있다. 한 전문가는 “밤새 감소된 교감신경의 작용으로 우리 몸이 이완 상태에 있다가 잠에서 깨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기 시작해 아침에 심장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크다. 많은 돌연사가 하루 중 아침에 일어나는 건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