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수영장이나 워터파크, 해수욕장 등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덩달아 물놀이 후 귀가 가렵거나 통증이 생겨 병원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대부분은 ‘급성 감염성 외이도염’을 진단받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월별 감염성 외이도염 진료 환자는 7월 8만8000여명, 8월 9만4000여명으로 다른 월(6만~7만명대)보다 크게 증가했다. 외이도염은 고막 바깥쪽에 위치한 외이도(귓구멍) 피부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서울대 운영 서울시보라매병원 김영호 이비인후과 교수는 14일 “여름에는 기온과 습도가 동시에 높아 외이도 내에 세균이나 곰팡이가 증식하기 이상적인 환경이 된다. 여기에 물놀이 후 유입된 세균에 귀에 남은 물기, 귀를 자주 만지는 습관, 무리한 면봉 사용 등이 겹치면 외이도염이 쉽게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아나 젊은 층에서 더 흔하고 가려움, 먹먹해짐, 화끈거림, 분비물 등의 증상을 겪는다. 외이도 피부가 민감한 사람이나 면역력이 약한 경우 단 한 번의 물놀이만으로도 급성 외이도염이 발생할 수 있다. 휴가 시즌이 본격화하면 환자 발생이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귀가 불편하다고 해서 알코올이나 과산화수소수로 귀를 소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들 물질은 일시적 청량감을 줄 수 있으나 외이도 피부를 자극하고 건조시키며 정상적인 방어막인 피부 보호층을 제거해 감염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 김 교수는 “고급 가죽 제품을 알코올로 닦으면 금세 갈라지거나 손상되는 것처럼 귀도 마찬가지”라며 “자극적인 소독은 오히려 피부를 건조하게 하고 미세한 균열을 만들어 세균 침입의 문을 열게 된다”고 말했다. 과산화수소수의 경우 일시적인 거품 반응으로 귀지가 녹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외이도 상피층의 박탈과 자극이 뒤따른다. 외이도염을 예방하려다 되레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귀 건강을 위해선 ‘소독’ 보다는 ‘건조’가 핵심이다. 물놀이 후 귀에 물이 들어갔다면 고개를 기울이거나 귀를 가볍게 당겨 물기를 자연스럽게 빼주는 것이 우선이다. 헤어드라이기를 사용할 경우엔 찬바람 또는 약한 바람으로 20~30㎝ 떨어진 거리에서 천천히 말리는 것이 좋다. 면봉도 가볍게 닦거나 약을 바르는 등 제한적 용도로만 사용해야 하며 외이도가 가렵다고 해서 귀를 심하게 후비는 것은 금물이다. 김 교수는 “급성 외이도염은 비교적 간단한 치료로 낫지만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만성 외이도염으로 진행되거나 드물게 고막이 뚫리고 안쪽까지 염증이 퍼져 중이염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