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임대아파트에서 홀로 지내던 70대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조모씨는 지난해 8월 뇌종양으로 숨졌다. 10여년 전 한국에 온 뒤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냈던 그는 보호자 수술 동의서 발급이 어려웠다. 결국 조씨는 수술을 받지 못한 채 호스피스 병동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후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됐다.
2022년에는 서울 양천구 임대아파트에서 40대 북한이탈주민 여성 A씨가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A씨는 한때 정착 성공 사례로 언론에 소개된 적도 있지만 일을 그만둔 뒤 고립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10년간 무연고로 사망한 북한이탈주민은 83명에 달한다.
북한이탈주민 5명 중 1명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고위험군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정부가 7월 14일을 공식 기념일인 ‘북한이탈주민의 날’로 지정했지만, 상당수가 경제적 빈곤과 고독사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13일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고위험군 북한이탈주민은 7200명으로 전체 주민(3만4352명)의 20.9%로 집계됐다. 이 중 60대 이상은 2174명으로, 2023년 대비 438명(25.2%) 증가했다. 고위험군 가운데 생계급여 수급자 비율은 절반 정도(46.1%)에 그쳤다.
고위험군은 보건복지부의 위기지표 가운데 단전·단수, 건강보험료·통신비 체납, 금융연체 등 10여개 지표가 중첩된 상태를 뜻한다. 생계급여나 주거지원 등 기초생활보장제도 혜택을 받더라도 조씨 사례처럼 가족 돌봄망이 없는 등 경우에는 실질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고독사하는 경우가 많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회장은 “2010년 이전에 탈북한 상당수는 일용직 등 불안정 고용으로 버텼다”며 “이들이 60~70대가 되면서 노후 빈곤에 직면한 것”이라고 말했다.
관리기관과 연락이 닿지 않는 고위험군도 늘고 있다. ‘연락 두절’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북한이탈주민은 지난 4월 기준 80명으로 8개월 전(70명)보다 14.2% 증가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55세 이상 독거가구, 한부모 가정 등 약 1200명에 대해서는 주 2~3회 유제품을 배송하며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며 “경찰청이나 법무부와 협업해 안부를 확인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위험군 중에는 등록된 주소지에 실거주하지 않거나 가족 연락망이 없어 소재 파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40~50대의 경우 근로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지원이 제한되거나 갑작스러운 사고나 병을 얻어 경제적 지원이 끊기는 사례도 많아 세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북한이탈주민 요양보호센터 관계자는 “지자체, 하나센터, 복지관, 주민 간 연계가 중요하다”며 “의료비 비급여 감면 확대나 사전 의료 위임장 작성, 밑반찬 지원 같은 생활밀착형 복지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14일은 북한이탈주민의 날이다.
이찬희 기자 becoming@kmib.co.kr